대법 “경찰에 개인정보 준 네이버, 배상책임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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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자료 50만원 지급’ 원심 파기

경찰 수사를 돕기 위해 가입자 인적사항을 넘겨준 네이버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하급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수사기관의 요청만 있으면 영장이 없어도 개인 정보를 제공했던 포털의 관행은 정당하다고 본 대법원의 첫 판단이다.

그동안 배상금 부담을 이유로 정보 임의제공을 잠정 중단한 포털 업계가 빗장을 풀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수사기관의 기초 수사자료 확보도 숨통을 틔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10일 차모 씨(36)가 “약관상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며 포털 사이트 운영업체 네이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위자료 5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현행법상 수사기관이 통신사나 포털 업체에 통화 내용이나 이메일에 대한 감청 협조,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을 요청할 때는 법원의 영장과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 식별 정보는 수사기관의 서면요청만으로 가능했다.

차 씨는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선수단이 귀국할 때 유인촌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김연아 선수를 껴안으려다 거부당한 것처럼 보이게 한 동영상을 네이버 카페에 올렸다가 경찰 수사를 받았다. 차 씨는 네이버가 자신의 인적사항을 경찰에 넘긴 사실을 알고는 2000여만 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2012년 10월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한 1심과 달리 “개별 사안에 따라 정보제공 여부와 범위를 적절히 심사했어야 했다”며 네이버에 50만 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네이버가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기만 하면 언제나 예외 없이 이용자의 인적사항 일체를 제공해 왔다는 점 등이 근거가 됐다.

이후 막대한 배상 책임을 물게 될 처지에 놓인 포털 업체들은 정보 제공을 잠정 중단했다. 지난해 1월 서울고법이 이동통신사 고객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취지의 판결을 내리자 이통사까지 자료 제출을 중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검찰 내부에서는 “기초 수사자료 확보가 어려워져 ‘수사대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서 개인정보 제공 여부를 심사할 의무는 국가기관의 몫이지 사인인 포털 업체에 지울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포털 업체가 개별 사안을 심사할 경우 오히려 혐의 사실 누설이나 사생활 침해 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더 크다”면서 “범죄에 대한 신속한 대처 등 공익에 비해 이용자의 인적사항에 한정된 사익의 침해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네이버 측은 “대법원이 네이버의 통신자료 제공과 관련한 과거 업무 수행이 적법한 절차와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승소와 관계없이 프라이버시 보호 철학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수사기관에 회원 정보를 다시 제공할지에 대해선 “추후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신동진 shine@donga.com·곽도영 기자
#개인정보#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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