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전형 확산…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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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수능 비중 축소 우려

과거 대입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 왔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향력이 빠르게 줄고 있다. 대부분 주요 대학은 수시에서 수능 최저기준을 폐지하는 추세다. 최근엔 건국대가 수시의 모든 전형에서 수능 최저기준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고려대도 2018학년도 입시부터 수능으로 선발하는 정시를 줄이고, 학생부로 뽑는 수시를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입시의 변화가 과연 학부모와 수험생에게 좋기만 한 것일까? 이에 대해 입시 전문가들은 장점과 함께 위험성도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장 큰 문제는 ‘대입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수능은 모든 학생을 객관적으로 점수화하는 방식으로 “창의성과 잠재력을 평가할 수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적어도 공정성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다. 반면 입학사정관이 수험생의 학생부를 살펴 합격자를 가리는 방식의 학생부전형은 학부모의 청탁, 다양한 방식의 비리에 입시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입시 전문가는 “학생부교과전형은 그나마 객관적인 비교평가가 가능해 ‘꼼수’가 개입될 여지가 적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은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평가항목이 많아 입시비리가 개입될 가능성이 높다”며 “스펙 조작 등의 문제가 언젠간 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학생부전형의 확대는 학력과 부의 대물림을 더욱 공고하게 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성적뿐만 아니라 교외활동, 봉사활동, 각종 수상 경력까지 챙겨야 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은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부터 공들이지 않으면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입시전문기관 메가스터디 관계자는 “수능은 가정환경이 어려워도 개인이 열심히 공부해 좋은 성적을 받으면 ‘개천의 용’식의 신분 상승이 가능한 제도였다”며 “반면 학생부는 학부모나 입시컨설팅 업체가 장기간 돈과 시간, 노력을 들여 관리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입제도의 이런 변화는 고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실시된 서울지역 고입 현황을 살펴보면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경쟁률이 2014년의 1.42 대 1에서 1.61 대 1로 올랐다. 일반고와 달리 등록금이 높은 자사고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다양한 외부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소논문 등 스펙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허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연구원은 “학생부종합전형 확대 등 대입제도 변화가 고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며 “대입에서 고교 선택의 중요성이 커져 앞으로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수능#학생부전형#대입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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