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살인사건’ 패터슨 징역 20년 선고…만 18세 미만에 적용하는 법적최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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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월 29일 19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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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태원 살인사건 패터슨/동아DB
사진=이태원 살인사건 패터슨/동아DB
1997년 외국인이 이태원에서 한국인 조중필 씨(22)를 아무 이유 없이 흉기로 찔러 살해한 이른바 ‘이태원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아더 존 패터슨(38)에게 1심 법원이 법정 최고형인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패터슨에게 “무기징역을 선택한다”며 “범행 당시 18세 미만의 소년이었기 때문에 관련 법규에 따라 징역 20년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징역 20년은 만 18세 미만에게 적용할 수 있는 법정최고형이다.

법원은 “패터슨이 피해자를 칼로 찌르는 걸 목격했다는 공범 에드워드 리의 진술이 신빙성 있다”고 징역 20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사건이 일어난 화장실 벽에 묻은 혈흔 형태를 보면 가해자는 온몸과 오른손에 상당히 많은 양의 피가 묻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패터슨은 온몸에 피가 묻어 화장실에서 씻고 옷도 갈아입었지만, 리는 상의에 피가 적은 양 뿌린 듯 묻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패터슨의 범행으로 피해자는 젊은 나이에 생명을 잃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낄 기회를 한순간에 박탈당했다”며 “그럼에도 사건 직후부터 지금까지 공범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반성하지 않는 등 엄한 처벌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리에 대해서도 “패터슨에게 살인을 부추기고 앞장서서 화장실에 들어갔다”며 살인의 공범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리는 이미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아 처벌을 면하게 됐다.

앞서, 1997년 4월3일 오후 9시50분 대학생 조중필 씨가 칼로 찔린 흔적과 함께 사채로 발견됐다. 조사 결과 당시 17세 동갑이었던 패터슨과 리가 조중필 씨와 함께 서울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 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미군 범죄수사대(CID)는 패터슨을 진범으로 지목했지만, 검찰은 현장에서 목격된 용의자 중 한 사람이자 패터슨의 친구였던 리를 살인 혐의로 기소했다.

둘 중 한 명이 조씨를 죽인 것은 확실하지만 검찰은 리만 살인범으로 단독기소했다. 패터슨은 범행에 사용한 흉기를 갖고 있다가 버린 혐의(증거인멸 등)로만 기소됐다.

리는 1·2심에서 무기징역과 징역20년을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이후 조 씨 부모가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재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패터슨은 검찰이 제때 출국정지 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틈을 타 1999년 8월 미국으로 도주했고 검찰은 2002년 10월 기소중지 결정을 내렸다.

장기 미제 사건이 될뻔 한 이태원 살인사건은 2011년 5월 미국에서 패터슨이 체포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패터슨은 미국으로 도주한지 16년 만인 지난해 9월 23일 한국으로 다시 송환됐고 ‘이태원 살인사건’의 재판도 다시 시작됐다.

한편, 앞서 검찰은 2011년 12월 패터슨을 살인혐으로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패터슨과 리가 공모해서 살인을 저지른 공범’이라고 밝혔다. 즉, 두 사람을 살인죄의 ‘공모공동정범’으로 본 것이다. 공모공동정범이란 2인 이상의 자가 공모하여 그 공모자 가운데 일부가 공모에 따라 범죄의 실행에 나아간 때에는 실행행위를 담당하지 아니한 공모자에게도 공동정범이 성립한다는 이론이다.

하지만, 리가 1999년 9월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음으로써 재판을 다시 받게 할 수도, 목격자로서 진술을 강요할 수도 없게 됐다.

결국 ‘이태원 살인사건’은 검찰의 초기 부실 수사가 빚은 참사로 남게 됐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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