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미달 ‘굴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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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인력 양성” 국내 첫 3월 개원… 2차 모집에도 정원 80명 못채워
승인 늦어져 기업 연수시기 놓치고, 거물 교수영입 실패… 관심도 떨어져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명문 서울대가 정원 미달 사태로 자존심을 구겼다.

서울대는 3월 개원할 예정인 공학전문대학원 신입생 모집에서 2차 추가모집까지 벌였지만 정원 80명을 채우지 못했다고 19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진행한 1차 모집에서 정원에 한참 모자란 28명만이 지원했다. 26명에게 합격 통보를 했지만 일부는 아예 등록조차 하지 않아 23명의 신입생만 받을 수 있었다. 서울대는 11일부터 5일간 2차 모집을 진행했지만 32명의 지원자만 나타나 여전히 정원조차 채우지 못했다.

국내 처음으로 도입된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은 산업 현장에 필요한 기술 인재를 양성하겠다며 지난해 9월 설립했다. 우수 공학 인력이 중소·중견기업에 가지 않는 현실 등을 고려해 산업체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에게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됐다. 2년의 교육과정을 마치면 논문 없이 공학전문 석사학위를 수여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 등으로 설립 당시 산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배우려는 학생이 나타나지 않아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는 것이다.

정원 미달의 가장 큰 이유로는 급하게 추진된 개원 일정이 꼽힌다. 2013년부터 서울대 공대에서 의욕적으로 준비한 사업이지만 정작 서울대 본부와 교육부의 의견 조율 난항으로 지난해 9월에야 설립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이윤우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창립추진단장(화학생물공학부)은 “대부분의 기업이 인력 연수 운영계획을 여름에 마무리하는데 승인 절차가 늦어지면서 산업 현장의 일정에 맞추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에서 야심 차게 밝힌 산업계의 거물인사 영입 실패도 지원자들의 관심을 떨어뜨렸다. 서울대는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이현순 두산 부회장(전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을 객원교수로 영입하려 했으나 대학본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대학본부는 진 전 장관은 정치권에 몸담았다는 이유로, 이 부회장은 전문대학원의 교육과정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입을 거부했다.

한 명의 인력이 아쉬운 중소·중견기업에서 2년간 풀타임으로 대학원에 보내기 힘든 현실을 도외시했다는 지적도 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서울대학교#공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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