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꼰대’ 닮아가는 경북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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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경북도가 다음 달 도청 이전을 앞두고 ‘창의적 공직문화 조성으로 공무원 DNA 바꾼다’란 제목의 정책을 14일 발표했다. 내용을 살펴보니 피상적이고 가볍고 공허하다.

‘세계 어느 정부와 견주어도 경쟁력을 갖춘 공직사회로 거듭나기 위해서’라는 구호로 “일자리 잘 만들고 일 잘하는 공무원을 양성하겠다”고 하지만 잘 와 닿지 않는다.

28개 과제의 핵심으로 강조한 것은 “허세 규제 답습 같은 꼰대 문화를 버리겠다”는 것이다. ‘꼰대’는 고리타분한 늙은이를 나타내는 비속어이다. 이런 용어를 정책 자료에 꼭 써야 할까.

관용과 소통 분위기를 위해 ‘관통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는 것도 어색하다. 김관용 경북도지사의 이름을 활용해 지사에게 아첨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벌써 나온다. 관용 대신 ‘포용’이라는 말로 충분하다. ‘Pride 人 양성’ ‘꼰대 문화 OUT’ ‘눈치 ZERO!, 휴가CALL!’ ‘3Q 제도’ ‘봉사 DNA’ 같은 표현은 국어를 파괴하는 사려 깊지 못한 태도다.

‘사생결단 회식문화 혁신’ 같은 과제도 공감하기 어렵다. 도청 직원들은 그동안 회식을 죽기 살기로 해왔는가. ‘내부적으로만 바쁜 불필요한 일 버리기’도 공허하긴 마찬가지다. 오히려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

경북도는 올해 도정 핵심 정책으로 청년 일자리를 추진하면서 구호를 ‘일취월장’으로 정했다. 대학가에 나도는 ‘일찍 취직해서 월급 받아 장가가자’는 뜻을 ‘일취월장 프로젝트’로 변형했다. 일취월장(日就月將·날로 달로 발전한다)이라는 말을 이런 식으로 비틀어 가볍게 쓸 수는 없다. “청년 일자리를 위해 경북도가 일취월장하자”처럼 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최소한의 가치를 담은 것도 아니면서 “새롭게 시도하는 것”이라며 자화자찬하는 모습이 가볍게 비친다. 알맹이 없는 내용으로 공직문화를 바꾸겠다는 피상적인 생각이 바로 꼰대 발상이고 경북답지 못하다. “가볍고 피상적이면 근본(뿌리, 중심)을 잃는다”는 교훈(輕則失根, 노자의 도덕경)이 경북도에 필요해 보인다.

이권효 대구경북취재본부장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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