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부모 “公認 믿고 아이 맡겨… 보육의 질 하락 어떡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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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어린이집’ 간판 자진반납 증가
어린이집측 “평가 까다로워 포기”… 원생 모집후 반납해도 제재 없어
1인당 月 5만원 부담 느는데도… 市는 “부모가 미리 체크해야” 말뿐

만 3세와 5세 두 아이를 둔 ‘직장 맘’ 박모 씨(34·서울 광진구)는 최근 어린이집 관련 정보를 검색해 보다 깜짝 놀랐다. 두 아이를 맡긴 어린이집의 ‘서울형 어린이집’ 공인이 취소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에 문의한 결과 “공인 취소가 원장의 ‘자진 반납’에 따른 것”이라는 대답을 듣고는 배신감마저 들었다.

서울형 어린이집은 서울시가 민간 어린이집에 원장과 보육교사의 인건비 30∼80%, 취사부 인건비 100% 등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대신 국·공립 어린이집 수준의 값싼 보육료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제도다. 국·공립과 민간의 서비스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었다. 11일 현재 서울시 보육포털서비스에 등록된 전체 어린이집 6628곳 중 서울형 어린이집 인증을 받은 곳은 1464곳이다.

그런데 일부 서울형 어린이집들이 보조금 지원을 마다하고 공인을 자진 반납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3년의 공인 유효기간이 끝난 후 재인증을 받지 못한 114곳 가운데 자진 반납한 곳은 62곳. 재평가 결과 점수 미달로 탈락한 곳(52곳)보다 오히려 많았다.

서울형 어린이집 공인을 믿고 아이를 맡긴 부모들은 우선 보육비 부담이 늘어난다. 공인이 취소되면 만 3세는 월 4만3000원, 4∼5세는 3만3000원의 보육료 차액을 더 내야 한다. 특별활동비 인상분까지 포함하면 아이 한 명당 5만 원 안팎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 하지만 부모들이 더 걱정하는 것은 보육 서비스의 질 하락이다. 당장 맞벌이 부부의 자녀에게 필수적인 보육 시간 연장 등의 맞춤 보육 의무를 준수할 필요가 없어진다. 또 국가 어린이집관리지원시스템과 연계되는 ‘클린카드’ 사용 의무와 회계 관리 조건도 느슨해진다.

서울형 어린이집은 상대적으로 보육비가 싸고, 운영 조건도 엄격하기 때문에 미공인 어린이집보다 원생을 모집하기가 훨씬 쉽다. 문제는 공인 팻말을 달고 원생을 모은 뒤 자진 반납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는 것이다. 박 씨는 “서울형 어린이집이라는 간판을 믿고 맡겼는데 원장이 스스로 공인을 반납했다는 얘기에 분노가 치밀었다”며 “아이를 맡긴 처지라 함부로 따질 수도 없고 조용히 다른 어린이집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공인을 자진 반납해 민간으로 환원한 어린이집 쪽에선 “재평가를 받을 역량이 안 돼 어쩔 수 없었다”고 항변한다. 서울 강남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해마다 재평가 기준이 바뀌면서 3년 전 처음 공인받을 때보다 훨씬 까다로워졌다”며 “평가를 준비하다 스트레스를 받은 보육교사가 그만두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형 어린이집 공인을 받은 곳은 대부분 보건복지부 평가 인증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기 때문에 급격한 질 저하가 우려되지는 않는다”며 “공인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때는 (공인) 유효 기간과 원장의 민간 전환 계획 등을 체크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어린이집#공인#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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