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100원 택시’ 농어촌 주민의 삶 바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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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14개 시군 362개 마을 운행… 2015년 도입후 하루 1200여명 이용
고령자 외출 늘리고 문화활동 유도

전남 보성군 득량면 진천마을 주민들이 ‘100원 택시’를 타는 어르신을 환송하고 있다. 전남도와 14개 시군에서 도입한 ‘100원 택시’가 농어촌 주민의 삶을 바꾸고 있다. 보성군 제공
전남 보성군 득량면 진천마을 주민들이 ‘100원 택시’를 타는 어르신을 환송하고 있다. 전남도와 14개 시군에서 도입한 ‘100원 택시’가 농어촌 주민의 삶을 바꾸고 있다. 보성군 제공
전남 곡성군 삼기면 금계마을은 곡성에서 가장 높은 통명산(해발 765m) 자락에 자리 잡은 산골이다. 면 소재지나 3일장이 서는 곡성읍까지 가려면 2km를 걷거나 경운기를 타고 나가 농어촌버스를 이용해야 한다. 22가구 40여 명이 사는 이 마을은 폭설이라도 내리면 한동안 인적이 끊기는 오지다. 그러던 이 마을에 올 1월부터 요금 100원짜리 택시(일명 효도택시)가 들어오면서 주민들의 생활이 크게 바뀌었다. 장을 보거나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으러 갈 때 마을회관 앞에서 대기하는 택시를 타고 수월하게 바깥출입을 할 수 있게 됐다. 무거운 보따리를 둘러메고 버스 승강장까지 나가야 했던 불편도 사라졌다.

이순엽 할머니(77)는 “반나절 정도 걸리는 읍내까지 길이 30, 40분대로 줄었다”며 “4명이 타도 100원인데 택시 운전사가 이마저도 받지 않는다”며 웃었다. 100원 택시 운전사인 심판섭 씨(70)는 “일거리가 늘어나는 데다 차액을 군에서 보전해 주니 우리도 주민들처럼 좋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전남도와 기초자치단체가 올해 도입한 100원 택시가 오지 주민들의 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루 평균 1200여 명이 이용하면서 농어촌 교통복지 모범 사례로 평가를 받고 있다. 100원 택시는 전남 14개 시군, 362개 마을에서 운행 중이며 이용 대상자는 1만1076명이다. 11월 말까지 33만6597명이 이용했다.

9월 전남도가 100원 택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농산어촌 고령자들의 외출 횟수를 늘리고 문화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등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원 택시 전체 이용자 중 약 10%인 981명을 표본으로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설문 참가자 10명 중 8명 이상이 만족(81.4%·매우 만족 29.5% 포함)하고 있었다. 설문 참가자 가운데 70대 이상이 43.2%로 가장 많았으며, 60대가 32.0%, 50대가 16.7%를 차지했다. 남성(39.7%)보다는 여성(60.3%)이 많았으며, 이 가운데 현재 혼자 거주하는 경우가 62.0%, 부부가 함께 사는 경우가 25.4%였다.

이용 목적은 병원(44.0%)과 시장(35.1%)이 전체의 5분의 4를 차지했으며, 관공서와 터미널 방문이 각각 8.7%와 6.7%로 뒤를 이었다. 응답자 가운데 절반 이상인 57.1%가 매달 4차례 이상 이용하고 있으며, 10차례 이상 택시를 타는 응답자도 8.9%나 됐다. 100원 택시 이용에 따른 생활 변화로는 △외출 횟수가 늘었다(56.9%) △소재지 문화활동에 참여했다(27.0%) △친구가 많아졌다(14.8%)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전남도는 이낙연 지사 대표 공약인 100원 택시의 농어촌 이용자 만족도가 높게 나타남에 따라 내년에 19개 시군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확대 운영되면 645개 마을 1만9891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예산도 올해(18억6300만 원)의 배로 늘어난 37억8000만 원이 투입된다. 위광환 전남도 건설도시국장은 “100원 택시가 농산어촌 고령자들의 확실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은 만큼 내년에는 분기마다 성과 분석과 설문조사, 담당 공무원 워크숍 등을 통해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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