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분간 법정 못떠난 이재현 회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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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기환송심도 실형 충격… 법원 “총수범죄 엄벌해야 재발 막고 민주적 경제발전”
법원 “건강 덜 고려한 것 아니다”
CJ측 “막막하고 참담… 재상고”

낙심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휠체어를 탄 채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을 나서고 있다. 수백억 원대의 횡령,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은 이날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낙심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휠체어를 탄 채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을 나서고 있다. 수백억 원대의 횡령,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은 이날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5일 오후 1시, 재판장의 실형 선고에 이재현 CJ그룹 회장(55)은 내내 감았던 눈을 뜨지 못했다. 검은 털모자에 진한 회색 목도리를 꽁꽁 두르고 흰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그는 휠체어에 몸을 기댄 채 선고를 들었다. 4번의 재판, 8번의 구속집행정지 연장…. “사업 보국의 기회를 달라”고 탄원하며 집행유예 선고를 기대했던 이 회장은 파기환송심에서도 또다시 고개를 떨궈야 했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원형)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상 조세포탈 및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과 벌금 252억 원을 선고했다. 구속집행정지 기간이어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건강 문제, 경영 복귀 등을 가볍게 덜 고려한 것이 아니다”면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총수라고 하더라도 법질서를 경시하고 조세포탈이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면 엄중히 처벌받게 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시키는 것이 재발을 방지하고 진정한 민주적인 경제 발전에 이르는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특경가법이 아닌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해 일부 감형했다. 대법원은 9월 이 회장의 일본 부동산 매입과 관련한 배임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어 특경가법을 적용한 것은 법리 오해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선고가 끝나자 이 회장은 충격을 받은 듯 7분간 자리를 뜨지 못했다. 굳은 표정으로 법정에 있던 임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법정을 나섰다.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았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수형 생활이 불가능한 건강 상태임에도 실형이 선고돼 막막하고 참담하다”며 “경영 차질 장기화에 따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모든 대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 측 김앤장법률사무소 안정호 변호사(47·사법연수원 21기)는 “즉각 재상고해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며 “(유죄가 인정된) 형법상 배임 부분을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로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를 그대로 따르면서 양형만 조정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상고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CJ그룹의 투자 계획도 당분간 표류가 불가피해졌다. CJ그룹은 이 회장이 구속된 후 지난해에는 신년 투자 계획을 발표하지 못했다. 대법원이 이 회장 사건을 파기 환송한 9월에야 “미래 먹거리 준비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실형 선고에 따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CJ그룹 관계자는 “이번 선고에 따라 모든 신년 사업 계획이 ‘올 스톱’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달 18일 이 회장에 대해 8번째 구속집행정지 연장 결정을 내렸다. 이 회장의 구속집행정지 기간은 내년 3월 21일 오후 6시까지다. 이 회장이 실제로 구치소에서 보낸 기간은 107일에 불과해 형이 확정되면 남은 2년 3개월가량의 형기를 마쳐야 한다.

배석준 eulius@donga.com·신나리·박재명 기자
#이재현#c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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