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면세점 직원 5년마다 해고 걱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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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 큰 시한부 특허제도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월드타워 앞에서 롯데면세점 직원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월드타워 앞에서 롯데면세점 직원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제2롯데월드) 앞에서는 ‘멀쩡한 정규직을 5년제 계약직 만드는 면세 5년 시한부 특허 폐지하라’라고 쓰인 피켓을 몸에 건 1인 시위가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달 월드타워점이 관세청의 시내면세점 재심사에서 탈락하면서 졸지에 27년간 일한 일터를 떠나게 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소속 직원 이경자(가명·46) 씨다. 그는 “면세점 정책에 온통 기업 이야기뿐이고 이곳에 생계가 달린 근로자들이 빠져 있다”고 억울해했다.

지난달 관세청의 시내면세점 선정에서 탈락해 폐점이 확정된 롯데 월드타워점 직원들이 시위에 나서는 등 고용 불안에 따른 집단행동을 시작했다. 5년 시한부 면세제도의 부작용이 노동문제에서부터 현실화되고 있다.

롯데 월드타워점 직원 일부는 일주일 전부터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다. 하루 세 번씩 근무시간을 피해 교대로 참여한다. 시위에 참가하고 있는 임은혜(가명·42) 씨는 “이렇게라도 우리 상황을 알리고 싶을 만큼 다들 불안한 상황”이라며 “어디로 가게 될지도 모르고 옮긴다 해도 몇 년 뒤 또 탈락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라고 말했다.

내년 상반기에 문을 닫게 된 롯데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 직원은 각각 1300여 명, 900여 명으로 총 2200여 명에 달한다. 롯데그룹과 SK네트웍스 측은 고용 문제를 적극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연말로 갈수록 현장의 동요가 심해지고 있다. 내년 5월에는 김포공항면세점, 2017년 12월에는 롯데면세점 코엑스점 특허가 만료되기 때문에 재심사가 예정돼 있다.

워커힐면세점 직원들도 불투명한 고용 전망에 대해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신규로 특허권을 얻은 신세계, 두산 등으로의 이직도 쉽지 않다. 신세계는 SK네트웍스 정직원은 흡수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구체화된 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두산 측도 “여러 사정이 얽혀 있어 고용 승계를 장담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고 시인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고용 문제는 5년제 시한부 면세점 제도의 초기 부작용에 불과하다고 경고한다. 장기적인 청사진을 그리며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어렵고 리스크도 커지기 때문이다.

당장 롯데 월드타워점은 총 3000억 원을 들여 확장 이전을 했으나 이전 1년 만에 투자비를 모두 날리게 됐고, 워커힐면세점은 1000억 원을 들여 매장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는 중에 특허권을 잃었다. 두 업체에서 떠안은 재고만 해도 총 2000억 원어치에 달한다. 이번에 선정된 신규 업체들도 겪을 수 있는 일이다.

투자 위축과 고용 불안 심화,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 등 악순환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관세청은 재선정 관련 심사위원이나 채점표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재완 한남대 무역학과 교수는 “시한부 면세 제도의 초기 부작용이 드러나는 것이며 운영 기업들의 손실 등 투자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teller@donga.com·최고야·손가인 기자
#면세점#직원#면세 5년#시한부 특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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