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de GyengBuk]1만명 이름 새긴 기와… 솟을대문 ‘慶和門’… 화합의 기운 넘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경북 새 천년 도읍]경북도청 신청사

안압지를 본 떠 만든 연지에서 본 경북도청 신청사. 오른쪽은 경북도의회. 뒤로 검무산이 신청사를 감싸고 있다.
안압지를 본 떠 만든 연지에서 본 경북도청 신청사. 오른쪽은 경북도의회. 뒤로 검무산이 신청사를 감싸고 있다.

“얼마나 가슴 뛰는 현장입니까. 경북이 나라 발전을 이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20일 검무산(332m) 정상에 올라 내려다본 경북도청 신청사는 웅장했다. 산꼭대기 바위에 앉아 탁 트인 사방을 둘러보자 검무산은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검무산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산이었다. 2008년 경북도청 신청사 입지가 결정된 뒤 검무산은 경북도의 상징처럼 알려지고 있다.

검무산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경북도청 신청사 전경은 전국에서 면적(19%)이 가장 넓은 경북도의 종가(宗家) 같은 느낌이 든다. 한옥의 멋을 담은 본관의 기와지붕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기와 65만 장을 얹었다. 경북도민 1만여 명의 이름을 새긴 기와를 생각하면 도민의 목소리와 기운이 다가오는 듯했다. 새로운 경북이 신라 천년 역사를 이어 새로운 천년 역사를 써나갈 도읍지다.

경북 새 천년 도읍지

서안동 나들목에서 신청사(안동시 풍천면)까지는 새 도로가 뚫려 자동차로 5분가량 걸린다. 세계유산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같은 교통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신청사가 경북의 전통과 잘 어울리는 분위기다.

신청사는 이미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하회마을을 찾은 관광객은 대부분 신청사를 찾는다. 신청사만 방문하는 관광객도 많다. 그동안 5만여 명이 방문했다. 방문객들은 “기존의 공공기관 건물과는 차원이 다르다. 유서 깊은 전통에 미래를 추구하는 정신이 건물에 배어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건축전문가인 탈립 리파이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사무총장은 지난달 신청사를 방문해 “한국의 많은 건축물을 봤지만 이처럼 전통과 현대가 잘 조화된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입구의 솟을대문(가로 17m, 높이 6.8m) 이름은 ‘경화문(慶和門)’이다. 경북도민의 화합을 상징하는 뜻이다. 경화문에 서서 검무산을 올려다보면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신청사를 감싸는 포근하고 든든한 느낌을 준다.

본관 이름은 도민을 편안하게 한다는 뜻으로 안민(安民)관으로 지었다. 7층 규모이며 연면적은 4만8273m²다. 앞뜰은 대동(大同)마당이다. 4200m²로 크게 화합한다는 뜻을 담았다. 대동마당 앞에 기둥 60개로 지은 80여 m 회랑(길게 만든 마루)은 누각의 걸작으로 꼽히는 병산서원 만대루를 본떠 지었다. 병산서원은 서애 류성룡을 모신 서원으로 퇴계 이황의 도산서원과 함께 우리나라 서원을 대표한다.

도의회(5층, 연면적 1만1166m²)를 포함한 신청사 24만5000m²는 공원과 마찬가지다. 담장이 없는 열린 공간이다. 심은 나무도 18만 그루에 달한다. 안압지를 닮은 연못 ‘연지’(2100m²)에 경북의 번영을 바라는 돌장승과 벅수(수호신 조형물)로 꾸민 공간도 있다. 다목적 대공연장(1만4568m²)은 도민의 문화생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신청사는 친환경건축물 최우수등급과 에너지효율 1등급 등 5대 인증을 받았다. 청사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30%는 태양광과 지열,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 경북도교육청은 도청 이전에 맞춰 이전하며 경북지방경찰청은 2017년 상반기에 이전할 예정이다.

청사를 중심으로 2027년까지 인구 10만 명의 신도시(면적 10.96km²)가 조성된다. 신도시 지구 9ha에는 크고 작은 나무 25만 본을 심은 천년숲을 조성했다. 신도청의 새 천년이 울창한 숲을 이루는 모습을 상징한다. 신도청과 세종시는 위도 36도로 나란한 위치이며 거리는 107km 떨어져 있다. 세종시∼신도청 고속도로와 상주∼안동∼영덕 고속도로 등이 완공되면 기존의 중앙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와 함께 접근성도 크게 개선된다. 김상동 도청신도시본부장은 “신도청이 경북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빈틈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경북도청 신청사 연지 앞에 있는 돌장승과 벅수. 도민을 지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경북도청 신청사 연지 앞에 있는 돌장승과 벅수. 도민을 지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경북도청 신청사 조형물 재일경북도민회가 신청사 준공을 기념해 경북 발전을 기원하며 기증했다.
경북도청 신청사 조형물 재일경북도민회가 신청사 준공을 기념해 경북 발전을 기원하며 기증했다.

북의 행정 정상화

경북의 중심 경북도청은 대구시내에 섬처럼 떠 있는 비정상적인 상태를 오래 이어왔다. 안동 및 예천의 신청사와 신도시는 1차적으로 이런 기형을 바로잡는 의미가 있다.

고려 충숙왕 때인 1314년 경상도(경주와 상주에서 이름을 따 지음)라는 구역이 생긴 뒤 1601년 대구에 경상도를 관할하는 경상감영이 설치됐다. 1896년 도(道) 체제가 도입되면서 경상북도가 생겼다. 경북도청은 1910년 대구 중구 포정동 경상감영공원 자리에 들어섰다. 1966년 지금의 대구 북구 산격동으로 이전했다.

1981년 대구가 직할시로 분리되면서 도청 위치와 행정구역이 다른 상황이 50년 동안 이어졌다. 도청을 경북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민 여론은 끊이지 않았지만 진전이 없었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도청 이전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마침내 2008년 6월 9일 이전지를 확정 발표하면서 도민의 최대 숙원을 해결했다. 경상북도가 생긴 지 112년 만의 일이며 대구에서의 34년 더부살이 역사를 마감하는 일이다. 전남과 충남에 이어 경북도청 이전으로 도청 소재지와 행정구역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사라지게 됐다.

경북은 포항 경주 영천을 중심으로 한 남부권과 구미를 중심으로 하는 중부권에 비해 안동 영주 등 북부권은 상대적으로 낙후됐다. 신도청이 북부권으로 이전하면서 경북의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하는 새로운 축으로 작용할 수 있게 됐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