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폭력시위 주도한 민노총 위원장, 조계사에서 나오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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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 14일 서울 광화문 도심에서 ‘민중 총궐기 투쟁대회’를 주도하며 폭력 난동을 부추긴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그제 밤 서울 종로구 조계사로 잠입했다. 그는 지난해 세월호 관련 집회와 올해 노동절 불법 시위를 벌인 혐의로 체포영장이 나온 상태에서 재판에 네 차례나 출석하지 않아 구속영장까지 발부돼 있다. 조계종 측은 한 위원장에게 “조계사는 수행과 신앙생활의 공간으로 정치적인 주장을 펴는 곳이 아니라는 입장을 전달했다”지만 나가라고 하지도 못하고, 경찰에 체포를 요청하지도 못하는 곤란한 처지다.

수배 중인 한 위원장은 14일 집회에 나타나 “노동자 민중이 분노하면 서울을, 아니 이 나라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 주자”며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두려워 말고 정권의 심장부인 청와대를 향해 진격하라”고 외쳤다. 시위대가 보도블록을 깨 경찰을 공격하고, 미리 준비한 쇠파이프로 경찰버스를 부수는 모습을 TV 생중계로 보고 경악한 시민이 적지 않다. 말로는 책임지겠다며 공권력에 대한 공격을 선동하더니 자신은 종교시설로 숨어 들어가서 “저들이 평화로운 집회와 행진을 금지했다”고 ‘조계사 편지’나 보내는 한 위원장의 행태는 비겁하기까지 하다.

조계사는 2008년 광우병 시위 때도 민노총 위원장 등 6명을 피신시켜 준 데 이어 2013년에도 불법 파업을 한 철도노조 간부들에게 은신처를 제공했다. 정부가 종교시설의 특수성을 의식해 공권력 투입에 신중을 기한다는 점을 범법자들이 이용한 셈이다. 명동성당이 권위주의 시절 민주화운동 인사들에게 정치적 성소(聖所) 역할을 한 일이 있었지만 지금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억압된 시대도 아니다. 조계종이 청와대 진격까지 선동한 한 위원장을 보호할 경우 범법자를 비호하는 것처럼 비칠 것이다.

어제 공개된 ‘2014년 노조 조직 현황’에 따르면 노조 조직률은 10.3%로 1989년의 19.8% 정점에서 계속 줄고 있다. 그중 3분의 1에 불과한 민노총이 노동운동을 좌지우지하며 전체 노동시장을 위한 개혁을 훼방 놓는 것을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는지 개탄스럽다. 한 위원장이 그토록 당당하다면 제 발로 조계사를 나와 경찰의 조사를 받아야 할 것이다.
#노동자#광화문#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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