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소시지, 학교급식 단골 메뉴인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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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발암물질 규정에 혼란

세계보건기구(WHO)가 햄, 소시지 등을 담배, 석면과 같은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함에 따라 각급 학교들이 급식 식단에서 가공육을 제외할지를 놓고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대형마트의 가공육 판매도 40% 급감하는 등 가공육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육가공협회 최진성 국장은 29일 “WHO 발표로 11월 급식부터 가공육을 받지 않겠다는 학교나 회사가 나타나고 있다”며 “가공육에 대한 인식이 나빠져 판매가 회복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전국 200여 개 초중고교에 햄 소시지 등 가공육 및 육류를 납품하는 업체 관계자도 “당장 다음 주 식단부터 가공육을 받지 않겠다는 연락이 오고 있다”며 “월 단위로 납품 계약을 하는 특성상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시내 고등학교의 영양사 A 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 가공육을 식단에 올리는데 걱정할 만큼 많은 양은 아니다”라며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어 식단에서 제외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 마트의 가공육 판매도 급감하고 있다. 28일 이마트의 햄과 소시지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날보다 40.2% 줄었다. 전날인 27일 16.4% 줄어든 데 이어 감소 폭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롯데마트의 햄 판매량도 27일 16.3% 감소한 데 이어 28일에는 34% 줄었다.

육가공 업계와 전문가들은 발암물질 분류는 기준량 이상 섭취했을 때를 가정한 것으로 현실적으로는 큰 문제점이 없는데 소비자들이 과도하게 반응하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영양학, 약학 교수들로 구성된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은 2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공육이나 고기를 과다하게 섭취하는 것은 피하되 적당하게 즐기는 것은 괜찮다”고 밝혔다. WHO가 매일 섭취 시 암 발생률을 높일 수 있다고 밝힌 가공육 50g은 핫도그형 소시지 한 개 또는 비엔나소시지 5개 정도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연령별, 성별 적정 가공육 섭취량을 알려 주는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꺼림칙하다는 반응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장모 씨(39)는 “요즘 학생들은 기성세대보다 햄버거, 치킨너겟 등 가공육을 먹는 빈도가 높다”며 “학교 급식에서만큼은 가공육이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육아 카페 등에서는 ‘햄 소시지를 당장 끊겠다’, ‘집에 있는 햄을 버려야겠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김동로 사무관은 “학교에서 혼란이 일고 있는 만큼 식약처에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면 각 시도 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준수토록 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현재 튀김류는 관련 규정상 주 2회 이상 학교 급식 식단에 포함시킬 수 없다. 하지만 가공육에 대한 지침은 없는 상태다.

군부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나승룡 국방부 부대변인은 “식약처에서 가공육 사용에 관한 통일된 지침이 내려오면 그에 맞춰 사용량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백연상 baek@donga.com·최고야 기자
#햄#소시지#who#발암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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