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강의는 사교육 진출 ‘티켓’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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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교사, 학원行 ‘정류장’ 악용

사교육 폐해를 줄이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EBS 수능 강의가 오히려 교사들의 사교육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BS 강사 출신’이라는 경력이 사교육시장에서 몸값을 몇 배나 뛰게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EBS에서 사회탐구를 가르쳤던 A 교사는 올해 서울 신촌의 한 학원 강사로 자리를 옮겼다. A 교사는 EBS 강의 당시 고교 교사 신분이었으나, 학원으로 옮기면서 학교를 그만뒀다.

학원계에 따르면 교사 출신으로 EBS에서 수능 강의를 맡았던 교사는 스카우트 1순위.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EBS 강의 경력이 있는 고교 교사에게는 사교육업체에서 계약금으로만 5억∼10억 원 정도를 제안한다”고 전했다. 거액이기는 하지만 일단 ‘모셔오면’ 그만큼 수강생이 몰려 이득이기 때문이다. 한 명만 데려와도 학원의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에 다른 과목의 매출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실제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고 EBS 강의만 전담하는 교사의 경우 학교 연봉과 EBS 강의료 두 가지를 모두 챙긴다. 경력과 학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둘 다 받으면 연봉만 1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원이 최소한 연봉 1억 원 이상은 줘야 모셔 갈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교사들 중 상당수가 사교육시장 진출을 위해 EBS 강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 현재 강의 중인 EBS 강사 중에도 추후 학원 진출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EBS 강사는 사교육 조장을 막기 위해 학원 강사 수를 줄이고 현직 교사 수를 늘려와 현재 강의 중인 159명 중 교사가 105명(66%)에 달한다.

서울의 한 사립고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김모 씨(29)는 “EBS 강사가 되면 상당한 돈을 받고 입시업체에 스카우트될 수 있기 때문에 지원할 생각”이라며 “교사 신분을 유지하면서 EBS 강사를 하다가 조건이 맞으면 학원으로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BS는 지난해 수능 강사 19명을 모집했는데 지원자가 328명이 몰렸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EBS는 강사계약서에 이들 파견교사가 2년 동안 사교육업체에 진출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사실상 확인할 방법이 없어 무용지물이다. 실제로 A 교사처럼 학교를 그만두고 학원으로 진출해도 EBS 측은 전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새누리당 강길부 의원은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만든 EBS 수능 강의가 오히려 교사들의 사교육시장 진출의 발판이 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관계 당국이 규정 집행만 엄격히 해도 사실상 제한 기간 내 교사들의 사교육업체 진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bs#사교육#정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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