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충북/동서남북]자긍심 상처낸 충청권 대학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지난달 31일 교육부가 전국 298곳 대학(2년제 포함) 가운데 66곳의 재정지원을 제한(D, E 등급)하는 내용의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대전과 세종, 충남, 충북 등 충청권 대학 13곳이 D등급을 받아 학생과 학부모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번 평가 결과는 지역민의 자긍심에도 큰 상처를 냈다. D등급 이하 4년제 대학은 전국적으로 20% 안팎인 데 비해 충청권은 37%(35개 중 13개)로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대전대와 중부대, 청주대, 영동대 등은 이번에 두 번째로 부실 대학 평가를 받아 할 말이 없게 됐다. 대전대와 청주대는 종교재단이 운영하는 대학들과는 달리 오너 운영체제임에도 그 장점을 잘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에 직면했다. 요즘처럼 대학 환경이 급변할 때에는 충남의 K, S대처럼 오너 총장의 빠르고 능동적인 대처가 빛을 발한다. 두 대학은 지역명을 대학명으로 선점해 홍보 전략에서 우위에 서 있는 점도 닮았다.

대전대는 ‘대전에는 대전대가 있다’는 광고 문구의 효과를 누려왔다. 하지만 설립자 2세인 임용철 대전대 총장은 재임 시절 연이은 부실 평가에 곤혹스러운 처지다. 학교 안팎에서는 “내실 다지기”라는 임 총장의 정적 리더십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고의 홍보맨은 CEO’라는 말을 몸소 실천하는 주변 오너 총장들의 사례를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대 구성원들은 이번 일로 임 총장이 올해 초 폭넓은 소양의 인재 양성을 위해 야심차게 도입한 ‘리버럴 아트 칼리지’ 프로그램이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중부대와 영동대는 각각 경기 고양시와 충남 아산시의 제2 캠퍼스 조성으로 재도약을 자축하던 마당에 비보를 접했다. 이들 대학의 캠퍼스 이전은 그동안 애정을 쏟았던 지역민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했지만 생존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동정론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연이은 부실 대학 평가로 “캠퍼스 이전에 매몰된 나머지 재학생의 교육은 내팽개친 것 아니냐”는 비판을 감수해야 할 형편이다.

지성의 산실인 대학은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희망이고 지역민에게는 자긍심의 원천이다. 강도 높은 자구책으로 하루빨리 이들의 신뢰를 회복하길 기대한다.

지명훈·대전충청취재본부 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