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교과서 가격상한제… 출판업계 “발행 포기” 격앙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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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2018년부터 최고가격제 시행
출판사 “종이질 등 수준 높이라면서 값 묶는건 적자보며 책 내라는 얘기”
교육부 ‘국정교과서’ 감수-심의 강화… ‘검정’ 집필기간 1년이상으로 확대

교육부가 2018년부터 초중고교 교과서에 최고가격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교과서 제작업체들은 “가격 규제는 교과서 질 저하와 출판사의 수익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서 지난해처럼 양측의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30일 “지난해처럼 출판사별로 교과서 가격이 치솟는 것을 막고, 교과서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최고가격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고가격제란 교육부가 먼저 교과서의 최고 가격을 고시하면 출판사는 이를 바탕으로 교과서를 제작해 최고 가격 내에서 자율적으로 가격을 정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출판사가 자율적으로 교과서 가격을 정하고 필요한 경우 교육부가 가격 인하 명령을 내린다.

교육부는 늦어도 올해 안에 초중고교별, 학년별, 과목별 각 교과서의 최고 가격을 고시하고, 출판사는 최고 가격을 넘지 않는 선에서 자율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도록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과서 가격 책정을 둘러싼 혼란과 갈등이 많아 지난해 2월부터 최고가격제를 검토해 왔다”며 “출판업체를 비롯해 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최고 가격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출판업체들은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없는, 출판사 적자만 야기하는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 출판업체 관계자는 “교육부가 종이 질, 색도, 내용 구성 등은 우수한 수준을 요구하면서 이에 맞는 최고 가격을 책정하지 않을 것이 뻔하다”며 “쉽게 말하면 가격은 묶어 놓고 질 좋은 교과서를 만들어 내라는 소린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출판업계 관계자들은 조만간 모여 대응 방안을 논의하며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에 교육부의 이번 조치를 제소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부 출판업체에서는 “차라리 교과서 발행을 포기하자”라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와 출판업체는 지난해 2월 교육부가 내린 교과서 가격 인하 명령으로 지금까지 소송을 벌이고 있다. 27개 출판사가 “교육부의 가격 조정 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인 것. 5건의 행정소송 중 2건은 교육부가 일부 승소하고, 나머지 3건은 출판업체들이 승소했다. 5건 모두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교과서 가격을 둘러싼 이 같은 혼란이 이미 오래전 예견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과서 가격 상승 사태의 원인을 “2009년 이명박 정부의 교과서 가격 자율화 정책과 2010년 도입된 교과서 선진화 방안으로 인한 품질 경쟁”이라고 지적하며 “학생과 학부모에게 지나친 부담을 지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교과서 오류를 줄이기 위해 국정교과서의 감수와 심의를 강화하고 교과서 검토진에 교사연구회, 전문가들을 추가하기로 했다. 검정교과서는 집필 기간을 최소 1년 이상으로 늘리고 심사 과정을 1, 2차로 세분하기로 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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