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시스타 사이언스 파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이어 세계 2위의 정보기술단지다. 과거 군사훈련장으로 쓰인 이곳은 1970년대부터 에릭손과 노키아, IBM,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이 몰려들면서 정보통신산업의 세계적 메카로 성장했다. 이곳에 자리한 400여 개 기업이 보유한 첨단기술 특허도 350여 종에 이른다. 지금은 스웨덴 경제를 이끄는 중요한 성장엔진이다.
서울시도 강서구 마곡지구를 시스타 사이언스 파크처럼 한국 경제를 견인할 ‘첨단 융복합 연구개발(R&D)’ 거점으로 조성한다. 이미 6월까지 8차례 심사를 통해 71개 기업의 입주가 확정됐다. 서울시는 입주 기업의 성과가 본격화하는 2030년이 되면 약 164조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87만 명의 고용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서울의 미래 ‘마곡 R&D 단지’
올 2월 LG그룹은 국내 석·박사 과정 인재 300여 명을 초청해 ‘LG 테크노 콘퍼런스’를 열었다. 우수한 R&D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구본무 회장은 “마곡에 대규모 융복합 R&D 단지를 짓고 있다. 최상의 시설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LG는 2지구 핵심 지역에 2조3000억 원을 들여 첨단 R&D 단지(17만 m²)를 조성한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전자·화학·생명과학 등 10개 기업, 연구인력 2만 명이 일하게 된다.
에쓰오일은 울산 온산기술연구소의 일부 연구 기능을 마곡지구에 추진하는 기술서비스&개발(TS&D) 센터로 옮기고 있다. 이미 3900억 원을 투자해 2만9000m²의 부지를 확보했다. 앞으로 연구인력 1000여 명을 새로 채용한다. 에쓰오일은 마곡지구를 미래 경쟁력 확보의 구심점으로 키울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도 6800억 원을 들여 핵심 R&D 단지를 만든다. 연구인력 5000여 명을 추가로 채용한다. 코오롱도 생명과학 등 3개 기업이 입주할 1만8000m²의 땅 계약도 마쳤다. 미국에 본사를 둔 체외진단 전문 바이오업체인 엑세스바이오도 40억 원을 들여 1200m²의 땅을 사들였다.
○ 내년 2단계 마스터플랜 확정
마곡지구는 여러 장점 덕분에 초기부터 많은 기업의 관심을 모았다. 분양가가 m²당 330만 원으로 주변에 비해 저렴하다. 서울 인근 60여 개 대학에서 매년 1만 명 이상의 전문인력이 배출돼 인재 확보에도 유리하다. 뛰어난 연구시설을 유치하기 위해 기업의 R&D 시설 의무 비율을 낮췄고 토지대금의 80%까지 융자가 가능해 초기 부담도 적다.
현재 기반공사는 80% 정도 진행됐다. 서울시는 중장기적 개발전략인 2단계 마스터플랜을 내년 상반기에 확정할 계획이다. 이달에 전문가 연구용역을 시작해 2016년 3월까지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반영할 예정이다. △전략적 미래 유보지 설정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한 글로벌센터 건립 △중·영세기업 유치 활성화 방안 등이 포함된다. 박희수 마곡사업추진단장은 “대기업이 입주를 시작하는 2017년이면 마곡지구가 본격적인 R&D 단지로서의 면모를 갖출 것”이라며 “최첨단 R&D 단지답게 입주 과정과 기업 활동에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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