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경영난에 경영학 처방 적자 가게 살아났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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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동아리 ‘크리켓’ 학교 주변 상점 무료 컨설팅

고려대 경영 동아리 크리켓 회원들이 학교 근처 카페 ‘다니엘’의 인테리어를 직접 점검하고 있다. 경영난을 겪던 이 카페는 크리켓 회원들의 컨설팅에 힘입어 스터디 카페로 변신한 후 매출이 늘고 있다. 크리켓 제공
고려대 경영 동아리 크리켓 회원들이 학교 근처 카페 ‘다니엘’의 인테리어를 직접 점검하고 있다. 경영난을 겪던 이 카페는 크리켓 회원들의 컨설팅에 힘입어 스터디 카페로 변신한 후 매출이 늘고 있다. 크리켓 제공
“샌드위치는 반응이 참 좋은데…. 커피 찌꺼기는 놔둬도 안 가져가니 치워버리죠.”

13일 서울 성북구의 한 카페에서 남궁보영 씨(22·여)의 ‘날카로운’ 지적이 쏟아졌다. 카페 주인 손경희 씨(43·여)는 하나라도 놓칠세라 꼼꼼히 받아 적었다. 남궁 씨가 회장을 맡고 있는 고려대 경영 동아리 ‘크리켓’(‘크리에이티브 마켓’의 줄임말)은 올해 4월부터 학교 근처에 있는 카페 ‘다니엘’의 경영 컨설팅을 맡고 있다. 이날은 남궁 씨를 비롯해 동아리 회원 6명과 손 씨가 모여 1개월 치 매출을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갈 전략을 논의하는 일종의 ‘사후관리(AS)’ 미팅이 열렸다.

다니엘은 크리켓의 컨설팅을 받기 전까지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있었다. 가게 문을 연 4년 내내 적자를 면치 못했다. 손 씨는 “주변에 들어선 프랜차이즈 매장에 손님들이 몰렸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폐점까지 고민하던 손 씨에게 크리켓 회원들이 ‘무상 컨설팅’을 제안했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를 받아들였다.

크리켓 회원 소규성 씨(23)는 “규모는 작지만 특색 있는 동네 상점이 프랜차이즈 매장에 밀려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우리 역시 학교 강의나 책에서 배운 경영학 이론을 실천할 기회의 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2년 전 처음 시작된 크리켓의 컨설팅은 다니엘 등 8개 점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대학생이 뭘 알고 설치느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이제는 해당 점포들이 다른 곳에도 권유할 정도로 효과가 좋다.

카페 다니엘도 학생들의 제안을 받아 ‘스터디 카페’로 변신을 시도했다. 평범한 카페로는 다양한 메뉴와 서비스를 갖춘 프랜차이즈 매장과 경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카페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모아 ‘외국어 스터디 모임’을 열고 싼 가격에 허기를 달랠 수 있도록 다양한 샌드위치 메뉴를 만들었다. 커피 기계와 음악 소리 등 소음도 줄였다.

“조용해서 공부하기 좋고 외국인 친구를 쉽게 사귈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하루 평균 40명 안팎이던 손님 수는 20명 가까이 늘었다. 매출도 컨설팅 전보다 20%나 증가했다. 처음에 “학생의 도움을 받는 게 부끄러웠다”는 손 씨는 이제 앞장서서 주변에 크리켓을 홍보한다. 성북구 소상공회 지수일 회장(49)은 “전문 업체의 컨설팅은 비싸고 중소형 매장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크리켓은 ‘생활 밀착형’ 컨설팅을 해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김예윤 인턴기자 고려대 역사교육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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