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세형]이제야 ‘결핵課’ 독립-신설이라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이세형·정책사회부
이세형·정책사회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에 지난달 30일 자로 결핵조사과가 조용히 신설됐다. 이전까지는 에이즈·결핵관리과가 주로 담당해왔던 결핵 관련 업무 중 역학조사 기능을 별도 과로 독립시킨 것이다.

결핵조사과 신설을 두고 보건의료계에서는 환영 못지않게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결핵과 관련된 역학조사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과를 만든 건 긍정적이지만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정부의 주요 감염병 관리에 대한 무관심과 소극적인 대응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는 것.

2013년 기준 국내에서 확인된 신규 결핵환자는 총 3만6000여 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1위다. 2004∼2013년 연간 발생하는 신규 환자 수도 꾸준히 3만∼4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한국은 OECD 가입 이후 한 번도 연간 결핵환자 발생률에서 1위를 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핵으로 인한 사망자 수도 2013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5.2명으로 세계 1위다. 미국(0.15명), 독일(0.36명), 일본(1.7명) 등은 물론이고 한국보다 보건의료 수준이 떨어지는 에스토니아(2.5명), 멕시코(1.8명), 폴란드(1.7명)보다도 훨씬 높았다.

이에 따라 보건의료계에서는 최근 큰 파장을 일으킨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보다 결핵이 더 심각한 감염병이고 그만큼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메르스는 신종 감염병이고 익숙하지 않다 보니 공포감이 커졌지만 실제 영향력(환자 수, 지속 발생 가능성)은 일반인이 체감하는 것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결핵은 ‘옛날에 못살던 시절에 많던 병’이란 낡은 이미지 속에서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계속 영향력을 발휘해온 것이다.

보건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결핵 관리와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은 질병관리본부가 출범한 2004년부터 제기됐다”며 “이제야 결핵에 대한 역학조사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조직이 생긴 것을 ‘그래도 다행이다’라고 평가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 조직 신설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가 설립된 지 11년이 지나서야 결핵 전담 전문조직이 생겼다는 건 감염병에 대한 정부의 의지 부족 외에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을 것 같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결핵#독립#신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