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교육 위해 사는 교사, 교육 의존해 사는 교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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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숙제를 하지 않았거나 알림장을 가져오지 않았거나 발표를 제대로 하지 않은 학생을 교사가 ‘1일 왕따’를 시키는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이 학급 절반에 이르는 학생이 1일 왕따를 경험했다고 한다.

학교폭력과 왕따 문제가 심각한데 교사가 학생들을 왕따 시켜 문제가 되고 있다. 가장 앞장서 왕따 폭력을 막아야 할 교사가 오히려 왕따를 주도했다니 믿기가 어렵다. 보일 모범이 없어 왕따 모범을 보였을까. 더욱 놀라운 것은 해당 교사가 학생부장을 지낸 중견 교사라는 점이다. 학생부장은 말 그대로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총괄적으로 담당하는 중핵 역할을 한다. 가장 앞장서 폭력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해야 할 위치인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왕따를 조장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교직사회 이면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학교폭력에 대한 교사들의 인식 단면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교폭력에 대한 교사들의 민감도는 높지 않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자란다는 인식도 팽배하다. 학교폭력이 군대폭력과 사회폭력으로 이어진다는 ‘사회적 유전’에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면피에 급급한 것도 현실이다. 부지불식간에 조장하는 왕따는 없는지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막스 베버는 저서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인이 사는 방식을 두 부류로 구분했다. ‘정치를 위해 사는 것’과 ‘정치에 의존해 사는 방식’이 그것이다. 문제는 후자다. 정치인들이 특별한 소명의식 없이 먹고살기 위해 정치판을 더럽힌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떠오른 것은 우리의 교직사회다. 교육 현장에도 교육을 위해 사는 교사가 있는 반면에 교육에 의존해 사는 교사들도 존재한다.

쉽지는 않지만 교육을 위해 사는 교사와 교육에 의존해 사는 교사를 구분해야 한다. 학교폭력을 앞장서 막아야 할 교사가 왕따 제도를 만들어 폭력을 조장했다면 교육에 의존해 사는 경우일 것이다. 폭력은 공동체를 파괴하는 암적 요인이다.

우리 사회에서 교직은 소명의식과 성직(聖職)적 특성을 강조한다. 교직사회가 일반의 직업윤리가 아닌 소명의식과 성직적 교직관을 견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런 문제를 점검하고 넘어가야 한다. ‘교육을 위해 사는 것’과 ‘교육에 의존해 사는 것’의 차이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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