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경남 도로관리 엉망… 숲에 가린 표지판 사고 부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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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
국도 25호선 표지판 절반이 숲속에 ‘낙하물 주의’ 등 가까이서 식별 가능
교량 표지판은 낮에도 분간 어려워… 휴가철 맞아 가로수 정비 서둘러야

경남 창원시 정병산 자락을 지나는 국도 25호선 정병터널 입구. 요철이 심해 사고 위험이 큰 이 도로변의 숲도 정비되지 않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경남 창원시 정병산 자락을 지나는 국도 25호선 정병터널 입구. 요철이 심해 사고 위험이 큰 이 도로변의 숲도 정비되지 않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휴가철에는 도로마다 피서객을 태운 차량 행렬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피서객들은 휴양지를 찾아 초행길이나 좁은 지방도를 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국토관리청, 광역 및 기초지방자치단체 등의 도로 관리가 엉망인 곳이 많다. 상당수 도로 표지판이 일부 또는 전체가 숲에 가려 있어 운전자들에게 무용지물이다. 가로수가 우거져 차량 통행을 방해하는 곳도 많다. 일반국도와 고속국도, 지방도와 시군도(市郡道) 모두 비슷하다. 일부 터널은 입구에 칡넝쿨이 늘어져 있다. 경남 일대의 도로 현장을 돌아봤다.

6일 오후 창원성산구청∼동읍 덕산리 덕산교차로까지 10km의 국도 25호선. 창원축구센터와 창원중앙역, 창원대 뒤편 정병산 자락에 건설된 이 도로는 20여 개의 도로 표지판 중 절반가량이 잘 보이지 않았다. ‘자동차 전용도로 통행제한’ ‘낙하물 주의’ 등은 가까이 가서야 식별이 가능했다. 이 구간은 노면 요철이 심해 사고 위험이 높다. 동읍 방면의 정병터널 입구 표지판은 아예 풀 속에 서 있다. 이 도로 관리기관은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산하 진영국토관리사무소.

국도 25호선에서 안민터널을 거쳐 국도 2호선으로 접어들면 역시 대부분의 표지판이 가로수에 가렸다. 두산중공업 근처 ‘귀산터널, 라이트를 켜시오’와 교량 표지판 등은 낮에도 알아보기 어려웠다. 마창대교를 건너 가포터널 입구의 ‘야생동물 주의’ 등 표지판 3개도 형체만 보일 뿐이다. 가포터널을 지나 고성, 통영 쪽으로 가기 위해 현동교차로를 지나면 복잡한 도로 구조만큼이나 표지판 식별도 쉽지 않다. 나무에 가리거나 여러 개의 표지판이 비슷한 위치에 겹쳐 있다.

진전터널 양쪽 입구에는 칡넝쿨이 터널 안쪽으로 늘어져 있었다. 이곳부터 고성 방면은 진주국토관리사무소 담당 구역. 진전면 임곡교차로에서 옛 국도인 ‘팔의사로’로 접어들면 ‘가로수 터널’이 나온다. 버스나 대형트럭은 중앙선을 물고 달려야 할 정도였다. 사고 위험이 높아 보였다. 팔의사로 입구 오른쪽에 세워진 ‘하동 88km 진주 40km’라는 간판은 완전히 감춰져 있었다. 도로 전문가들은 “외지인이나 야간에 운전할 때는 도로 표지판이 안전운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녹음이 짙은 여름철에 특히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전용도로인 1020번 지방도. 창원터널(2.34km)을 사이에 두고 김해시와 창원시가 각각 관리를 맡고 있다. 김해 장유 쪽 도로 표지판은 대부분 나무에 가려 일부만 모습을 드러냈다. 고속국도의 관리도 일반국도처럼 허술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산악지역을 통과하는 남해고속도로 북창원 나들목, 칠원 분기점 주변 안내표지판 상당수가 2차로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다.

시내 도로 관리도 문제다. 창원과 김해, 진주 등지의 수령(樹齡)이 오래된 나무들이 표지판을 가리고 있다. 경남지역 대부분의 지방도와 시군도 역시 여름철 가로수 관리가 소홀한 실정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관련 기관에 협조를 요청해 정비를 하겠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경남#도로관리#엉망#숲#표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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