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못 떠나는 일반환자 불안감도 신경쓰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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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확산 고리를 끊자/시민-감염자]
확진-경유병원 입원환자 발동동… “환자 안심시키려는 노력 부족해”

“수술을 앞두고 누워 있는 사람이 어떻게 병원을 옮겨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거죠.”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7층 병실에서 만난 A 씨(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7일 뉴스를 통해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확진환자 발생 병원이라는 소식을 접했지만 상황이 달라진 건 없었다. 산부인과 진료를 받으려 입원한 A 씨는 병원에서 별도의 안내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 같은 층에서 만난 60대 여성 B 씨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열이 난다고 하면 체온을 재고 가는 게 전부다. 환자를 안심시키려는 노력도 없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취재팀은 7, 8일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여의도성모병원 등 서울지역 메르스 확진환자 발생 또는 경유 병원의 입원 환자들을 만났다. 해당 병원의 입원 환자들은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 있었다. 수술 및 진료 일정 때문에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 어렵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문병 온 가족과 지인들에게 메르스가 감염되는 것은 아닐까 노심초사했다. TV를 보며 담소를 나누던 환자 휴게실은 거의 비어 있었다.

어머니를 간호하는 60대 여성 C 씨는 13층에 격리병동을 꾸린다는 병원 측 설명에 병실을 옮겼지만 메르스와 관련된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80대 노모에게 메르스가 옮을까 걱정되지만 수술 후 회복 중이라 병원을 옮기긴 쉽지 않다고 했다. 다리 수술 때문에 입원한 문모 씨(61)는 “의사 회진 때마다 병실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지만 ‘최선을 다하니까 믿어 달라’는 말뿐”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메르스 환자가 경유해간 병원들의 입원 환자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확진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데 안도하면서도 마냥 병원에 머무르긴 불안하다는 반응이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아내를 간호하는 김모 씨(65)는 “이미 정해진 수술 스케줄을 바꿨다간 비싼 특실 등 원하지 않는 병실에 머물 우려가 있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여의도성모병원에서 만난 홍모 씨(47)는 “손 세정제, 마스크를 비치해 둔다고 불안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라며 “(메르스 확산 원인 중 하나로 꼽힌) 환기구 청소를 해서든 환자들의 불안을 낮추는 것이 급선무 아니냐”고 말했다.

병원 측은 환자들을 안심시키면서도 필요 이상의 공포감을 조성하지 않는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여의도성모병원은 건물 1, 2층 입구에 간호사를 배치해 오가는 이들의 체온을 일일이 재는 한편 손 세정제를 바르도록 했고, 서울아산병원은 1층 엘리베이터 입구에 직원을 배치해 지정된 시간 외에 병실 면회를 제한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병원 곳곳에 메르스 위생수칙을 알리는 안내판을 배치했다. 신현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메르스 대응 최전방에 있는 의료진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손가인 gain@donga.com·박은서·강홍구 기자
#병원#환자#메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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