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그만” 다그치지 말고 “엄마도 한번 해볼까”로 접근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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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 게임중독 어떻게 푸나

‘스타크래프트에서 마인크래프트로. PC방에서 스마트폰으로.’

1998년에 등장한 게임 ‘스타크래프트’ 열풍으로 시작된 게임중독은 갖가지 사회적 문제를 낳으며 PC방의 등장,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양상이 점차 변화해왔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다음 달부터 내년 1월까지 전국 초중고교 교사와 전문상담사 1300여 명을 대상으로 청소년 게임중독 문제를 풀기 위한 연수를 진행한다. 과거에 단순히 “게임을 하지 말라”고 다그쳤던 대응방식에서 벗어나 요즘 학생들이 하는 게임을 이해하고, 긍정적인 길로 이끌어보자는 취지다. 연수를 담당한 이현희 연구원(코리아보드게임즈 교육사업팀장)의 조언을 통해 가정에서 학생의 게임중독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알아봤다.

○ 게임 접하는 연령 점점 낮아져

최근 나타나는 게임중독이 과거와 가장 큰 차이점은 ‘게임을 접하는 연령’이다. 게임중독현상이 처음 나타난 1990년대 후반에는 주로 고교생과 대학생을 중심으로 ‘스타크래프트 중독’이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중학생이나 고등학생 이상은 게임중독에 접어들어도 기본적으로 그 연령대가 갖고 있는 자기 통제력이 있다”며 “가정과 학교의 효과적인 지도로 충분히 대응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다르다. 신생아가 태어나서 한글을 채 떼기 전부터 스마트폰, 태블릿PC를 통해 게임을 접한다. 네 살짜리 아들을 둔 엄마 김모 씨(33)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모습을 아이가 어려서부터 유심히 지켜보더니 어느 순간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터치를 익히고 앱을 사용하더라”며 “집에서 심심풀이로 애니팡 같은 게임을 하곤 했는데 아이가 세 살이 넘어가자 스스로 앱을 실행하고 서툴지만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아주 어린 나이부터 게임을 접하면 자기 통제력이 길러지기 전에 무의식적으로 게임에 익숙해진다”며 “유아기에 시작된 게임중독은 청소년기 게임중독보다 대처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 원인은 게임이 아니라 다른 곳에

전문가들은 자녀나 학생의 게임중독 현상을 발견하면 원인부터 올바르게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연구원은 “실태 조사를 해보면 게임중독의 이면에는 아이들의 정서적 욕구 불만족, 부모의 방치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며 “냉정하게 보면 게임중독은 그 자체가 문제나 원인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생긴 문제로 인해 나타난 결과”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게임을 그만하라”고 반복해서 다그치거나 말하는 것은 효과가 적다.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원인을 방치한 채 ‘게임중독’이라는 결과만 없애려고 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요즘 젊은 부부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먹이고 재우면 저절로 큰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오해다”며 “유아기에 부모가 아이에게 정서적인 만족감을 안겨주고 꾸준히 관찰과 소통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로 인한 욕구 불만과 상실감을 채우기 위해 주변에서 접하기 쉬운 게임에 빠진다는 것이다.

○ 무조건 다그치기보단 ‘관찰과 대화’를

전문가들은 부모의 대응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자녀가 게임을 하는 모습을 발견하면 혼내기 전에 “너는 이 게임을 왜 좋아하니?” “엄마도 한번 해보면 좋겠는데”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과정을 통해 부모가 게임에 대한 지식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폭력적인 게임과 그렇지 않은 게임을 걸러낼 수 있고, 적정한 게임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도 파악할 수 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이 연구원은 닌텐도, 소니 등 게임기와 각종 게임에 대한 정보를 자녀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 이 연구원은 “아이가 하는 게임을 파악한 뒤 내가 먼저 장단점을 설명해주고 대화를 시작하니 아이가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스스로 게임을 통제하기 시작했다”고 경험을 말했다.

만약 자녀의 게임 시간을 줄이고 싶다면, 그 시간에 무엇을 할지도 생각해야 한다. 가령 하루에 3시간씩 게임을 하던 자녀의 게임시간을 1시간으로 줄인 뒤에는 나머지 2시간 동안 독서를 할지, 다른 야외활동을 할지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 이 연구원은 “부모가 일방적으로 무엇을 하라고 명령하기보다는 자녀가 하고 싶은 것을 묻고 함께 계획을 짜서 스스로 지키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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