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섬진강 두꺼비를 살려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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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 위해 도로 건너다 ‘로드킬’ 급증… 광양만녹색연합 “서행 운전” 호소
이동방지용 패널도 해체 요청키로

광양시는 22, 23일 진상면 비촌마을 앞 도로에서 새끼 두꺼비들의 로드 킬을 막기 위해 가드레일 밑에 높이 50cm, 길이 80m 정도의 조립식 패널을 설치했다. 광양만녹색연합 제공
광양시는 22, 23일 진상면 비촌마을 앞 도로에서 새끼 두꺼비들의 로드 킬을 막기 위해 가드레일 밑에 높이 50cm, 길이 80m 정도의 조립식 패널을 설치했다. 광양만녹색연합 제공
섬진강은 전북 진안군 데미샘에서 시작돼 임실과 순창을 지나 전남 구례 곡성을 거쳐 광양과 경남 하동 사이 남해로 흘러든다. 길이 224km의 섬진강(蟾津江)은 두꺼비 섬(蟾)자를 쓸 정도로 두꺼비가 많았다. 왜적이 침입했을 때 두꺼비가 울어 쫓았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섬진강 두꺼비는 지금 각종 개발로 생존이 위협을 받고 있다.

광양만녹색연합은 3월부터 섬진강 자락의 대표적 두꺼비 서식처인 광양시 진상면 비촌마을 앞 웅덩이에서 두꺼비 산란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3월 초부터 산란을 위해 어미 두꺼비들이 산에서 웅덩이로 내려오면서 왕복 2차로 도로에서 수없이 로드킬을 당했다. 광양만녹색연합은 3월 12일 하루에만 로드킬을 당한 어미 두꺼비 70여 마리의 사체를 수거했다.

로드킬을 당하지 않고 웅덩이에 무사히 도착한 어미 두꺼비들은 산란을 했고 10일경엔 새끼들이 꼬리를 떼고 길이 1.5cm로 새끼손톱 크기만큼 자랐다. 이제 두꺼비들은 생존을 위해 다시 산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됐다. 웅덩이 근방 풀숲 속에 계속 머물다가는 햇볕에 노출돼 말라죽거나 천적에 잡아먹히기 때문이다.

새끼들은 밤에 이동하는데 특히 비가 내리는 밤을 좋아한다. 새끼 두꺼비들은 15일 밤 비가 내리자 풀숲에서 산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새끼들은 본능적으로 물이 흘러 내려온 곳 반대편인 산으로 올라간다. 하지만 대부분 웅덩이에서 30m 정도 떨어진 도로 앞에 세워진 길이 20m, 높이 55cm 블록 담장에 가로막혀 풀숲에 숨어들었다고 광양만녹색연합 측은 설명했다.

담장은 두꺼비들의 로드킬을 보다 못한 마을 주민들이 3, 4년 전 세운 것이다. 주민들은 70∼80년 전 웅덩이가 생긴 뒤부터 두꺼비가 오르내리는 것을 해마다 지켜봤다. 하지만 최근에는 두꺼비들이 로드킬을 너무 많이 당해 비린내가 날 정도였다. 주민들은 두꺼비들이 불쌍하다며 로드킬을 막기 위해 담장을 설치했다.

설상가상으로 광양시는 22, 23일 담장 옆에 길이 80m, 높이 50cm의 조립식 패널을 추가 설치했다. 새끼 두꺼비들이 아예 도로로 나갈 수 없도록 차단한 것이다. 새끼 두꺼비들은 수직 담과 패널을 오르더라도 도로를 건너다 로드킬을 당한다. 새끼들은 웅덩이 반대편 도로변에 있는 폭 55cm, 깊이 45cm의 수로와 비촌마을을 통과해야만 산에 다다를 수 있다.

광양만녹색연합은 3월부터 운전자들에게 비촌마을 앞 도로를 통과할 때 로드킬에 주의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또 26일 광양시에 조립식 패널을 해체해 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다. 새끼 두꺼비들이 웅덩이 인근 풀숲에 계속 머물다가는 폐사할 위기에 놓이기 때문이다.

박수완 광양만녹색연합 사무국장은 “섬진강 하류에 두꺼비 서식처가 10곳 미만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며 “시민과 함께 두꺼비 산란처와 서식지 보호 운동을 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섬진강#두꺼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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