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메우는 군인연금, 예비역단체 입김에 손도 못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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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연금 긴급진단/기득권의 벽]‘시한폭탄’ 군인-사학연금

4대 공적연금 중 군인연금과 사학연금 역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는 지적이 많다. 군인연금은 국가보전 의무를 강제규정으로, 사학연금은 임의규정으로 보장하고 있다. 공무원연금과 마찬가지로 적자가 날 경우 정부의 막대한 재정이 들어간다는 뜻이다.

군인연금은 기금이 바닥난 지 오래고, 사학연금도 18년 뒤면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보다 고갈 속도가 훨씬 빠른 만큼 개혁은 불가피하다. 그런데도 군인연금과 사학연금은 국민연금에 비해 대상 집단이 명확하고 결집력이 높기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잘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연말 ‘2015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두 연금을 개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불과 하루 만에 부랴부랴 덮어버린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 총선과 2년 뒤 대선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이야말로 두 연금의 개혁 논의에 고삐를 죌 시기라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미 막대한 세금을 축내고 있는 군인연금의 경우 다양한 경로에서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군인연금은 말은 연금이지만 처음부터 기금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지급하기 시작했다.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킨 데 대한 보상금 성격이 강한 셈이다. 군인연금은 6·25전쟁 참전용사들이 참전 기간을 복무 기간의 3배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1961년부터 수급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1948∼1959년 임관한 9만6000여 명의 군인들에 대해서도 연금을 지급했다. 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군인연금 수급자는 매년 약 2455명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군인연금 수급자는 8만5000여 명에 이른다.

재정 악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해 군인연금 중 국고에서 지원해준 규모는 2조2895억 원, 총 누적 적자액은 14조1539억 원에 달한다. 기금은 1973년 고갈돼 이듬해부터 세금으로 부족분을 메우고 있다. 그 액수도 매년 늘어나 2010년 처음으로 1조 원을 넘겨 1조566억 원이 투입됐다. 2013년에는 총지급액의 50.5%인 1조3692억 원이 국가보전금으로 투입됐다. 2019년 군인연금에 들어가는 국가보전금은 2조1071억 원으로 2조 원을 넘긴 뒤 2025년에는 3조1518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기재부는 전망한다.

하지만 군인연금 재정악화를 개선하기 위한 국방부의 근본적인 대책은 미흡한 것으로 지적된다. 근본적인 병력 구조 개혁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35조 원이 넘는 국방예산 중 인건비만 12조 원에 육박한다. 부사관 급여는 5조 원, 장교 4조 원, 병사는 6000억 원 수준이고, 군인연금으로 2조 원 가까이 나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모병제인 미국도 전체 국방예산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 1인데 한국은 인건비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다.

이런 구조는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저출산으로 징병 대상자가 줄어들면서 국방부는 간부 비율을 늘리고 있다. 국방부는 현재 30.3%(19만 여 명)인 간부 비율을 2025년 42.5%(22만2000여 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추가로 들어가는 인건비는 2조6000억 원. 더 큰 문제는 이들이 연금을 받을 20년 뒤에는 재정악화가 더욱 심해진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안보와 재정건전성을 함께 고려해 지금의 계획보다 획기적으로 군 인력 규모를 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개혁이 시급한데도 누구도 ‘총대’를 메고 나설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이미 조직을 떠난 예비역 군인단체들의 ‘입김’이 지나치게 세기 때문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다른 공무원들과 달리 재향군인회 성우회 같은 조직이 국방부와 각 군 등 현직 당국자들을 상대로 심하게 정책 개입을 하다 보니 개혁이 더디다”고 말했다.

사립학교 교직원을 위한 사학연금은 아직 흑자이고, 수익률도 나쁘지 않지만 역시 고갈을 면할 수 없다. 사학연금은 4대 연금 중에 도입 시기가 가장 늦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수급자가 적은 편이다. 2014년 기준으로 연금을 내는 이는 27만6969명, 연금을 받는 이는 4만 8407명이다. 하지만 최근 교원 명예퇴직 등이 급증하면서 수급자 비중도 빠르게 높아지는 추세다. 사학연금공단에 따르면 사학연금 기금은 2022년에 23조8000억 원에서 최고치를 찍은 뒤 2023년부터는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33년부터는 기금이 잠식돼 정부 지원을 투입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사학연금은 기본적으로 공무원연금을 준용하고 있지만,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에서 사학연금은 같이 논의되지 않아 법 체계가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학연금법은 기여율은 7%로 못 박은 반면 지급률은 공무원연금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은 기여율을 현행 7%에서 점차 높이는 대신에 지급률을 현행 1.9%에서 점차 낮추는 구조. 사학연금법을 같이 손질하지 않으면 사립학교 교직원은 돈은 종전만큼만 내고 연금은 더 많이 받는 구조가 돼 국공립학교 교직원과의 불평등이 발생한다.

정성택 neone@donga.com·김희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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