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금 상위 5개大, 쌓아놓은 돈 2조6000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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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사립大 11조원 누적… 등록금 인하 시기에도 1兆 늘어
학생들 “운영 어렵다는 말 못 믿어”… 학교측 “투자 위해 기부금 모은 것”

대학이 등록금을 받아 남겨놓은 ‘쌈짓돈’일까, 대학 경쟁력 강화에 쓰일 ‘종잣돈’일까. 등록금 인하 압박 속에서도 상당수 사립대의 적립금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커지고 있지만 학생들과 대학 측의 주장은 엇갈리고 있다.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는 이화여대, 경희대를 비롯한 5개 대학 학생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이 열렸다. 최근 법원이 수원대가 적립금과 이월금을 부당하게 적립했다며 학생들에게 30만∼90만 원씩 위자료를 줘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교육환경 개선 없이 적립금만 뻥튀기하는 대학’ 등의 구호를 앞세우고 과도한 적립금은 전체 사립대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2013년 기준 전국 사립대의 누적 적립금이 11조 원에 이르는데 등록금 인하가 시작된 2009년부터 2013년에도 1조1000여억 원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손솔 이화여대 총학생회장(20)은 “꾸준히 적립금이 쌓이고 있다는 사실은 등록금 인하로 재정 운영이 어렵다는 대학의 주장이 모순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 측의 시각은 전혀 다르다. 적립금은 등록금이 아니라 기부금 등으로 모은 대학의 장기 재원이라는 것이다.

2013년 기준 대학 적립금은 이화여대(7868억 원) 홍익대(6642억 원) 연세대(5113억 원) 순. 하지만 이화여대 측은 “현재 등록금은 적립금으로 전혀 건너가지 않고 있다”며 “기부금 등을 모은 적립금은 미래에 입학할 학생들도 혜택을 누려야 할 공동의 자산”이라고 밝혔다.

김영세 연세대 기획실장도 “본교 기준으로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 총액은 3000억 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학교에서는 연간 6000억 원가량의 예산을 쓰고 있고 용도에 따라 나뉜 적립금은 장기 발전계획에 따라 써야 할 돈”이라고 말했다. 홍익대 역시 장기적으로 지하시설을 마련하고 40년 이상 된 노후 건물을 새 건물로 대체하려면 현재의 적립금으로도 모자랄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 당국은 적립금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엔 단계적으로 줄여 나갈 활용방법을 찾아보고 있지만 대학 측에 일방적으로 ‘줄이라’고 요구할 사안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바람직한 적립금 활용방안을 찾아 대학들에 제시할 계획이지만 기준을 지키면서 쌓은 부분까지 제재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교육 당국 일각에서는 적립금은 대학의 핵심 자산이기 때문에 소진시키지 않고 키우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적립#대학#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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