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출근길 ‘무상 버스’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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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9호선 2단계 개통 따른 혼잡 분산”
가양~여의도 구간 등 하루 49대… 임차비만 1일 600만원 예산 투입
장기화땐 노선버스 반발 우려도

서울시에 ‘무상 버스’가 등장했다. 서울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신논현역∼종합운동장역)이 개통되면서 이용객은 늘었지만 차량 증차는 내년 9월에나 가능해 서울시가 교통량 분산을 위해 해당 지하철 구간에 무상 버스 50여 대를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시의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시민 불편이 가중되는 데다 무상 버스 도입의 실효성을 놓고도 의문이 일고 있어 ‘9호선 논란’은 계속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하철 9호선 2단계 개통으로 인한 혼잡을 막기 위해 버스 운용 체계를 활용한 비상수송대책을 30일부터 시행한다”고 29일 밝혔다.

서울시의 대안은 출근시간대에 지하철 이용객이 몰리는 9호선 구간 곳곳에 무상 버스를 배차해 지하철 이용객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우선 2일부터 오전 6∼9시 운영하던 가양∼여의도 급행버스 8663번은 4대가 증차돼 총 19대가 운영된다. 30일부터 오전 7∼9시에는 김포공항역(4번 출구), 가양역(10번 출구), 염창역(4번 출구) 등 3개 역에서는 여의도까지 운행하는 직행버스가 역마다 5대씩, 총 15대가 신설 배치된다. 또한 20명 이상의 출근자가 그룹을 이뤄 신청하면 출근 전용 전세버스(총 15대)를 무료로 배차한다. 이렇게 되면 무상 버스는 하루 49대가 운영된다.

하지만 서울시가 대안으로 내놓은 무상 버스가 효과를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이미 운영하고 있는 8663번은 버스 한 코스 이용객이 10명 남짓에 그치고 있다. 홍보가 부족한 이유도 있지만 통근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가양∼여의도 구간은 버스를 타면 30분이 걸리지만 지하철은 15분이면 간다.

서울시가 지하철 수요 예측을 잘못하면서 결국 예산만 낭비하게 됐다. 서울시는 버스를 임차해 직행버스와 전세버스를 하루 30대 운영하는데 출근길 2∼3시간 운용에 20만 원씩 투입해야 한다. 하루 버스 임차비만 600만 원이 든다. 기존 시내버스를 급행으로 돌린 8663번은 당장 임차비는 들지 않지만 해당 회사에 무상 운송료를 보전해 줘야 한다.

무상 버스가 실제 교통량 분산에 성공해도 문제다. 무상 버스 운용이 장기화하면 비슷한 노선에서 유료 버스를 운영하는 회사들이 반발할 수 있다. 서울시가 어느 시점에 무상 버스를 유료화하면 지하철 혼잡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 한 번 무상으로 운영된 이후 유상으로 바꾸면 이용객이 반발할 것도 불 보듯 뻔하다.

서울시 버스정책팀 관계자는 “무상 버스의 유료화 전환 등 추후 대책은 9호선이 안정화되는 상황을 지켜보고 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불편을 미리 개선하지 못해 시민들께 사과드리며 문제 해결에 모든 행정력을 쏟겠다”며 “무료 버스를 많이 이용하는 등 시민 협조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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