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회장 구속집행정지 연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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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희귀유전병 병세 악화… 신경손상 부작용탓 투약도 힘들어”
대법관 공백 장기화에 판결 차질

지난해 9월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 직후 환자복을 입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휠체어에 탄 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의 의료진은 “병세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또다시 수감생활을 하면 자칫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DB
지난해 9월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 직후 환자복을 입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휠체어에 탄 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의 의료진은 “병세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또다시 수감생활을 하면 자칫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DB
탈세와 배임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이 선고된 이재현 CJ그룹 회장(55)의 구속집행정지 기간이 또 연장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18일 이 회장의 구속집행정지 기간을 7월 21일 오후 6시까지 4개월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 회장 측이 “수감생활이 불가능한 건강상태”라며 구속집행정지 연기를 신청한 데 따른 결정이다. 이전 구속집행정지 기간은 21일까지였다.

대법원은 결정문에서 “이 회장의 구속집행정지 기간을 연장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므로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연장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검찰도 17일 “이 회장의 병세 등으로 살펴볼 때 허가함이 상당하다”는 의견을 대법원에 전달했다.

이 회장이 입원 치료 중인 서울대병원 의료진에 따르면 한때 70∼80kg에 이르던 이 회장의 몸무게는 최근 52kg으로 줄었다. 구속된 이후 2013년 말부터 계속된 체중 감소가 근육 손상으로 이어져 고질적으로 앓고 있는 희귀유전병 ‘샤르코마리투스(CMT)’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진은 본보 통화에서 “다리 근육이 계속 줄어 현재는 팔처럼 가느다란 상황이며 재활 치료, 신경 자극 등으로 다리로 가는 신경을 살리려고 노력 중인데 잘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의료진은 “체중 감소가 더 심해지면 영구적인 보행 장애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정확한 원인은 찾기 어렵지만 신경쇠약과 불면증 등 심리적인 요인인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신경정신과 진료 소견에서 이 회장은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된 후 극심한 무력감과 피해의식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이 회장은 2013년 8월 부인에게서 신장을 이식받았다. 하지만 거부 반응이 일어나 이 회장은 혈압 상승, 간 손상, 저칼륨증, 단백뇨 등의 증상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해 4월 항소심 재판부가 집행정지 기한 연장을 허락하지 않아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된 뒤 혈중 면역억제제 농도가 낮아지는 등 건강상태가 급속히 악화됨에 따라 다시 입원해 지금까지 치료를 받아왔다.

의료진은 “신장 이식 후 면역억제제를 계속 복용 중이지만 신경을 손상시키는 부작용 때문에 강한 약을 투여하지 못하고 있다”며 “질환 자체가 계속 나빠지는 상황에서 또다시 수감생활을 하면 폐렴이나 각종 바이러스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자칫 (생명까지) 위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이 회장 사건을 맡고 있는 대법원 2부는 신영철 전 대법관이 지난달 17일 퇴임했지만 후임 대법관이 채워지지 않으면서 언제 최종 결론이 날지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이 회장 사건의 주심 대법관이 정해진 지 4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아직 인사청문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어 대법관 결원 상태는 장기화하고 있다. 대법원이 신 전 대법관 퇴임 후 다른 대법관 11명에게 사건을 재배당하면서 대법관 1인당 주심을 맡은 사건 수는 평균 20∼30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이진한 기자·의사
#이재현#CJ회장#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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