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높이 뾰족구두에… 男도 ‘하이힐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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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발가락 휘는 ‘무지외반증’ 男환자 증가율 4년새 61%… 女의 2.2배
깔창-볼좁은 구두 많이 신는 탓

회사원 이모 씨(30)는 160cm쯤 되는 키가 콤플렉스다. 7년 전부터 그는 깔창과 키 높이 구두를 애용해왔다. 운동화에 끼우는 깔창의 높이는 약 ‘3cm’. 하나를 끼워도 부족하다 싶을 땐 발목까지 덮는 운동화에 깔창 두 개를 끼워 신기도 했다. 이 씨는 최근 무지외반증(사진) 초기라는 진단을 받았다. 엄지발가락 첫째 마디가 안쪽을 향하고 뼈는 바깥쪽으로 툭 튀어나오는 발가락 변형증이 나타난 것.

주로 여성에게서 나타난다고 알려진 무지외반증 환자가 최근 남성 중에서도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맵시를 위해 발을 압박하는 좁고 긴 구두, 키 높이 구두, 깔창 등을 이용하는 남성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 관절을 기준으로 발가락의 뼈가 바깥쪽으로 치우치고 발뒤꿈치 쪽 뼈는 안쪽으로 치우치는 변형을 말한다. 앞이 좁고 발뒤꿈치를 불편하게 하는 하이힐을 자주 신을 경우 이 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9∼2013년 연령대별 무지외반증 환자 증감 추이를 비교해 보면 남성은 각 연령대를 통해 적게는 27.3%(60대)에서 많게는 70%(30대), 100%(20대)까지 늘어났다. 전 연령대 남성 환자 증가율은 61% 수준이다. 반면에 여성 환자의 증가율은 27.8%이며, 특히 40대의 경우 ―4.4%로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이는 최근의 신발 트렌드와 체형 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여성의 경우 하이힐뿐 아니라 플랫슈즈, 스니커즈 등 굽이 낮고 발볼이 넓은 신발들이 유행하게 된 반면 남성들은 운동화보다 발볼이 좁은 구두를 많이 신는 추세다. 키가 커 보이게 하려고 깔창이나 굽 높은 구두를 이용하는 것도 발 변형 위험을 높인다.

남성들의 체중 증가가 환자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무지외반증은 신체질량지수(BMI)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발가락 앞쪽에 무게가 많이 실릴수록 발가락 변형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초기에는 외형상 변화만 있고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쉽지만, 방치하면 발바닥에 굳은살이 계속 생기고 엉덩이나 허리 통증까지 유발할 수 있다”며 “우선 굽이 낮고 발볼이 넉넉한 신발을 신고, 교정용 깔창을 착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키높이#뾰족구두#무지외반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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