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킬러콘텐츠? 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우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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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위 로코조이엔터테인먼트 한국법인 대표 인터뷰

로코조이엔터테인먼트가 올해 초 국내에 출시한 모바일 게임 ‘스파르타킹덤’. 로코조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로코조이엔터테인먼트가 올해 초 국내에 출시한 모바일 게임 ‘스파르타킹덤’. 로코조이엔터테인먼트 제공
게임 분야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이 뜨겁다.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것에서 더 나아가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대통령 소속 자문위원회인 문화융성위원회는 2016년까지 게임 콘텐츠 마이스터고를 개교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밝히기도 했다. ‘킬러콘텐츠’를 개발할 게임 인재를 조기 양성하겠다는 것.

그러나 정부의 의지와는 달리 국내 게임산업은 점차 위축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4 콘텐츠산업 통계조사결과’(2013년 기준)에 따르면 2013년 게임산업 매출액은 전년 대비 0.3% 감소했다. 감소 폭은 크지 않지만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성장세가 꺾인 것. 특히 중국 게임산업이 발달하면서 한국 게임의 입지가 좁아진 것은 위기의 징후로 볼 수 있다.

조위 로코조이엔터테인먼트 한국법인 대표
조위 로코조이엔터테인먼트 한국법인 대표
조위 로코조이엔터테인먼트 한국법인 대표는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중국의 대표적인 게임 업체 중 하나인 로코조이엔터테인먼트는 최근 2년간 중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매출 1, 2위를 다투는 회사. 지난해 출시한 ‘마스터탱커2’는 출시 34시간 만에 애플 앱스토어 6개 부문에서 1위에 올라 최근까지 360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설립된 한국법인은 중국 게임의 한국 진출을 도모하는 한편 한국에서 제작된 게임을 구입해 중국시장에 판매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한국 게임개발사의 게임 ‘스파르타킹덤’을 국내 출시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는 킬러콘텐츠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계 각국 킬러콘텐츠 제작자들을 초청해 그들의 제작 노하우를 듣기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서울 코엑스에서 연 ‘콘텐츠 인사이트 2015’ 현장을 찾은 조위 대표를 만났다.

성공의 열쇠는 ‘현지화 전략’


중국에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인구는 10억 명. 그 덕분에 중국의 모바일 게임 산업은 연간 10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중국 내 애플 앱스토어에서 매출 1위에 오르면 하루 10억∼20억 원을 번다. 세계 게임 개발사들이 중국 진출을 노리는 이유다.

한국의 게임은 과거 ‘미르의 전설’, ‘뮤’, ‘크로스파이어’ 등이 큰 인기를 끌었으나 2010년부터 서서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몬스터 길들이기’, ‘모두의 마블’ 등 국내에서 인기 있는 모바일 게임도 중국시장에선 크게 흥행하지 못했다.

조위 대표는 “중국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국가별 소비자 욕구에 맞춰 마케팅, 광고, 상품 디자인 등을 구사하는 ‘현지화 전략’이 부족했다는 것. 그는 “현지화 전략은 단순히 한국어를 중국어로 번역하는 게 아니다”라며 “버튼 위치라도 중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게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위 대표에 따르면, 한국은 게임 이용에 따른 유료화가 중국만큼 발달하지 않았다는 것. 사용료를 추가 지불하지 않아도 게임 캐릭터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강해지는 현상이 한국에선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반면 중국에선 돈을 추가로 낼 때마다 캐릭터가 강화되는 현상을 게임 사용자들이 선호한다는 것.

중국 게임 시장은 개발 업체만 1만3000여 개에 이를 정도로 과포화 상태다. 조위 대표는 “개발 업체의 1%도 성공하기 힘든 여건이기 때문에 중국 게임 사용자의 게임 습관을 읽는 것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로코조이엔터테인먼트 중국 본사는 개발자 70명을 고용해 게임을 2주마다 업데이트하고 있다. 보통 한 회사의 게임 개발자들이 스무 명 내외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투자인 셈.

조위 대표는 “마스터탱커2의 성공도 ‘완전히 뒤엎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전작의 공식을 깨고 사용자의 입맛에 맞게 게임을 수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게임=협업의 산물

조위 대표는 청소년 시절부터 게임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 진학 후 게임 기자로 활동했다. 그는 “당시엔 중국 게임 회사가 많지 않아 주로 한국 게임을 많이 취재했다”며 “한국 게임에 대해 잘 알기 위해 2003년 고려대 어학당에 진학해 한국어를 배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게임을 직접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에 게임 개발자로 직업을 바꿨다. 기자로 활동하던 시절 각국의 게임 전략을 비교 분석한 경험이 도움이 됐다. 그는 국내 NHN에 입사해 중국 진출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에서 기획자로 일하며 한국 게임의 중국 현지화 전략을 짰다.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조위 대표는 “우선 전문성을 쌓아라”라고 주문했다. 게임을 단순히 많이 하는 데 그치지 말고, 각각의 전략을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더 발전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라는 것.

그는 ‘협업’을 강조했다. 킬러콘텐츠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어떤 게임을 만들지 소통하는 과정에서 탄생하기 때문. 게임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퍼블리셔와의 소통도 중요하다.

“마스터탱커2를 만들 당시 베이징에 거주하던 개발자 70명이 퍼블리셔가 있는 선전으로 이사를 가 폐쇄된 공간에서 3개월 밤낮없이 회의했어요. 많은 전문가가 호흡을 맞춘 덕에 마스터탱커2가 성공할 수 있었죠.”(조위 대표)

윤지혜 기자 yo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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