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鐵-충청鐵 따로 운행… 고속철 지역갈등 일단 봉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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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KTX, 서대전역 경유 않기로

한 달 가까이 호남과 대전·충남으로 갈려 대립 양상으로 치닫던 고속철도(KTX) 호남선 노선 배분에 대해 정부가 ‘이원화’ 전략을 내놨다. 이에 따라 호남권은 ‘저속철’을 배제했고, 대전·충남은 서대전역을 경유하는 별도의 KTX 노선을 얻어 각각 실리를 챙겼다.

극단적인 갈등은 진정되는 분위기지만 원안과 다를 바 없이 ‘조삼모사’에 불과하다는 반발도 만만치 않아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호남선은 직행-충청선은 별도 ‘이원화’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새로 깔린 고속선을 이용하는 모든 호남 KTX는 앞으로 오송역과 익산역을 거쳐 광주송정(목포)과 여수로 직행한다. 서대전역은 경유하지 않는다. 주말 기준으로 ‘용산∼광주송정·목포’ 노선은 44회에서 48회로, ‘용산∼여수’ 노선은 18회에서 20회로 총 6회 늘린다.

서대전역을 경유하게 되면 당초 용산∼광주송정 운행 시간이 1시간 33분에서 2시간 18분으로 45분 늘어 ‘저속철’이 된다는 호남 및 충북권의 반발을 반영한 것이다. 다만 호남선 전체로는 20편을 증편하려던 계획이 6편 증편으로 줄었다.

대전·충청권을 의식한 대안도 내놨다. 기존 호남선 KTX를 이용해 왔던 서대전·계룡·논산 지역민을 위해 별도의 KTX 18편을 신설 운행하기로 한 것이다. 단, 용산에서 출발해 서대전∼계룡∼논산을 거쳐 익산까지만 간다.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5841명에 이르는 용산∼서대전·계룡·논산의 승객 수요를 배려한 것이다.

손병석 국토부 철도국장은 “호남에 공급할 신규 고속철도는 새로 짓는 철로로 공급하겠다는 원칙을 지키면서도 충청권 수요도 감안해 새 방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코레일도 수요가 적은 서대전∼호남 구간을 운행하지 않아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대전 “호남 직결線 없어” 호남 “직행 편수 적어”

KTX 호남선 운영 계획에 대해 대전과 호남권은 모두 수용 방침을 밝혔지만 지역별 반응은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대전시는 대전·충남 지역 주민들이 KTX를 이용해 광주 목포로 가거나 여수 순천을 갈 때 익산역에서 환승해야 한다는 점에 유감을 나타냈다. 권선택 대전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서대전역을 일부 지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대전과 호남의 상생 발전을 위해서는 아쉽다”고 말했다. 대전 지역 정치권과 시민·경제단체로 구성된 ‘호남고속철도 서대전역 경유 추진위’는 “두 지역의 요구를 수용한 듯하면서도 이용객 편의를 감안하지 않은 꼼수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서대전∼호남 이동 수요는 전체 호남 KTX 이용객의 5.9% 수준(하루 평균 1449명)에 불과해 기존 승객의 불편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호남권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발표한 운행계획 수정안을 대승적으로 수용한다”고 밝혔다. 전남도는 “전체적으로는 환영하지만 운행 편수가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반응을 보였다. 새정치민주연합 광주시당은 “완행을 없애고 직행을 늘리라는 호남민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완행만 없앤 조삼모사식 졸속 대책”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양쪽의 눈치를 보다 어정쩡한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년 상반기 수서발 KTX 개통 때 호남과 대전·충청권의 노선 뺏기 2라운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호남KTX 개통 후 구간별 수요를 면밀히 살펴 앞으로 수서발 KTX 개통 때 이를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gaea@donga.com / 대전=지명훈 / 광주=이형주 기자
#호남#KTX#이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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