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30년만에 ‘녹색 쉼터’로 돌아온 금호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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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수처리-샛강살리기 사업 결실, 수질 개선되며 2급수로 맑아져
동촌유원지 등 시민들 발길 이어져

북대구나들목 근처 금호강 하중도. 수질과 주변 환경을 개선해 시민들이 즐겨 찾는 금호강 명소가 됐다. 대구시 제공
북대구나들목 근처 금호강 하중도. 수질과 주변 환경을 개선해 시민들이 즐겨 찾는 금호강 명소가 됐다. 대구시 제공
“금호강변 도로를 운전하는 기분이 상쾌합니다.”

직장인 황기수 씨(42)는 요즘 대구 북구 신천대로를 타고 서대구나들목 구간을 달리는 퇴근길이 즐겁다. 수년 전부터 강물이 깨끗해지면서 풍경을 감상하기에 좋아졌기 때문이다. 낚시를 하는 주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황 씨는 “강 주변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봄에 가족과 함께 소풍 오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 금호강의 수질이 크게 나아지면서 시민을 위한 쾌적한 쉼터로 자리 잡고 있다. 금호강의 수질은 30여 년 만에 2급수 수준으로 맑아졌다. 최근 환경부가 전국 하천 574곳을 평가한 결과 금호강의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은 1983년 L당 191.2mg에서 지난해 3.6mg(2급수)로 낮아졌다. 수질 개선율이 98.1%로 전국 최고다.

금호강은 1960∼80년대 섬유 생산과 금속 가공 등으로 발생하는 산업 폐수가 수질을 악화시켜 몸살을 앓았다. 생태하천의 모습을 잃고 도심 가운데를 흐르는 하수구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대구시가 폐수처리시설을 설치하고 주변 샛강 살리기 사업을 벌이면서 크게 달라졌다.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투자한 예산은 4조1854억 원이다.

북구 하중도(하천 가운데 있는 섬)가 대표적이다. 빽빽했던 비닐하우스와 텃밭은 사라지고 사계절 독특한 풍경을 뽐내는 도심 속 친환경 섬으로 바뀌었다. 둔치에는 각종 체육시설과 편의시설이 들어서 평일에도 찾는 시민이 많다.

금호강 오염으로 한동안 방치됐던 동구 동촌유원지 일대는 옛 명성을 찾고 있다. 2010년부터 약 1800억 원을 들여 완공한 생태하천 조성사업은 대표적인 도시 재생 사례로 꼽힌다. 강을 가로지르는 해맞이 다리는 명물이 됐다. 이곳에서 강을 따라 만든 자전거길과 조깅 코스는 왕복 40여 km다. 흙과 친환경 포장재를 깔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동촌유원지에서 하류 방향으로 1km 정도 가면 2013년 12월 개통한 아양 기찻길이 나온다. 2008년 2월 열차 운행이 중단돼 흉물처럼 남아 있던 철교를 색다른 문화공간으로 꾸몄다. 다리 중간에 설치된 전망대는 금호강 경치를 감상하기에 좋다. 평일 하루 5000여 명, 주말 7000여 명이 찾는 새로운 관광지가 됐다.

금호강 수질개선 사업은 계속 진행 중이다. 시는 BOD 수치를 더 낮추는 한편 시민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목표다. 샛강인 수성구 범어천 신천시장∼동신교 구간(0.7km)은 올해 6월, 달서구 대명천(3.8km)은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생태하천 복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시는 금호강 개선을 물산업 도시로 도약하는 계기로 만들 방침이다. 올해 4월 12∼17일 대구 경북에서 열리는 ‘제7차 세계물포럼(WWF)’ 행사 때 금호강의 수질 개선 사례를 홍보할 계획이다. 김부섭 시 녹색환경국장은 “금호강 수질 개선 기술과 경험이 대구의 물 산업을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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