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주민 고충 해결, 떴다! 옴부즈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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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3년만에 150건 처리

“법을 다루는 공무원이 잘못됐다고 하면 우리 같은 사람은 어쩔 도리가 없죠.”

2011년 8월 서울 구로구 A빌라에 살던 주민 8명은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66m² 남짓한 내 집을 어렵게 마련했건만 뒤늦게 건축법을 위반했다며 이행강제금 100만 원이 부과됐기 때문이다. △주차장 입구가 바뀌고 △조경면적이 줄어들고 △도로경계석이 파손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수년간 아무 문제없이 살던 집이었으니 주민들은 납득할 수가 없었다. 억울한 주민들은 서울 구로구 옴부즈맨에 도움을 청했다.

옴부즈맨이 직접 조사를 했지만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만한 위법 사실을 발견할 수 없었다. 알고 보니 A빌라 인근에 새로 건물을 짓던 건축업자가 지역 실세를 등에 업고 부당한 조치를 내리도록 한 것. 결국 이행강제금 부과는 취소됐다.

○ 도입 이후 150건의 주민 고충 해결해

2011년 4월 도입된 구로구 옴부즈맨이 주민들의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조례에 따라 3명 이내로 구성되고 임기는 2년이다. 이들은 공무원을 견제하는 한편, 잘못된 행정에 맞설 길이 없던 주민들에게 든든한 힘이 되고 있다. 옴부즈맨이 출범한 이래 △구민감사 12건 △고충민원 조사 27건 △청렴계약 감시 37건 등 모두 150건의 실적이 쌓였다.

최근에는 구로구 영림중학교 정문 앞 H오피스텔의 불법 숙박영업에 철퇴를 내렸다. 오피스텔 81실, 아파트 54가구로 허가를 받았지만 외국인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레지던스처럼 운영해 왔다. 주민들은 교육 환경을 해치고, 교통이 혼잡해진다며 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불법 영업은 2년 넘게 계속됐다. 구청에서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으로 1600만 원의 벌금을 물렸지만 영업 이익이 그보다 컸기 때문이다. 이에 구로구 옴부즈맨은 벌금을 물리는 대신 건축법 위반으로 인허가 취소까지 검토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강력한 행정처분을 내리도록 권고했다.

옴부즈맨이 공무원을 제재할 실질적인 권한이 없어 제대로 운영되기는 쉽지 않다. 구로구 옴부즈맨이 이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이성 구로구청장이 확고하게 힘을 실어줬기에 가능했다. 직접 옴부즈맨을 위촉하고 청장실 문도 개방했다. 처음에는 옥상옥(屋上屋)이라며 불만스러워하던 공무원도 “옴부즈맨 심사를 거쳐야 한다”며 청탁을 거절할 만큼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 구로 옴부즈맨 “뜬다” 하니

5월 구로구 B아파트에서는 전 입주자대표회장과 전 관리소장이 간이영수증을 허위로 발급하는 등 아파트 공금을 횡령했다며 실태조사를 요청했다. 그러나 수사권이 없는 구청이 횡령을 밝혀내기는 어려웠다. 대신 옴부즈맨이 감사에 나서기로 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전 입주자대표회장과 전 관리소장이 7750만 원을 자진해서 반납했다.

현재 구로 옴부즈맨은 국민권익위원회 출신의 차태환 씨(57)와 위례시민연대 이사 이득형씨(50)가 활동 중이다. 차 씨는 올해, 이 씨는 2010년에 국민신문고 대상에서 표창을 받았다. 20년 가까이 시민운동을 해 온 이 씨는 “주민들이 감사 인사를 전해올 때 시민운동 한 길을 걸어 온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주민 고충 해결#옴부즈맨#서울 구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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