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균 민주노총 새 위원장 “朴정권 브레이크 걸 수 있는 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26일 16시 15분


코멘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집행부 선거에서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장(52·사진)의 당선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고질적 계파 갈등과 정치투쟁에 집착해왔던 민주노총의 과거에 대한 반성과 함께 개혁 요구가 봇물 터지듯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6일 오후 2시 발표한 8기 집행부 결선투표 최종 집계 결과에 따르면 한 당선자는 총 18만2249표(51.6%)를 얻어 17만801표(48.4%)에 그친 전재환 후보를 3.2%포인트 차로 따돌리고 위원장에 당선됐다. 수석부위원장과 사무총장에는 한 당선자와 러닝 메이트로 출마한 최종진 전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장과 이영주 전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이 각각 당선됐다.

한 당선자는 당선증 교부식에서 “박근혜 정권과 자본의 폭주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세력은 여전히 민주노총뿐”이라며 “조합원뿐 아니라 국민들도 이번 선거에 관심이 많다는 것에 놀랐고, 우리에게 정체절명의 역할이 주어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약속을 지키는 것이 혁신이기 때문에 이제 조합원과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기 위한 대장정에 나선다”며 “더 열심히 임하겠다는 각오로 투쟁의 인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한 당선자는 민주노총 내부의 좌파로 분류되는 ‘노동 전선’ 그룹 출신으로 현장 운동 경험은 풍부하지만 민주노총 집행부의 필수 코스인 산별노조 대표 경험은 없다. 반면 결선투표에서 경쟁했던 전 후보는 ‘진보대통합’을 공약으로 내걸고 전국회 등 주류 정파들의 지지를 한 데 모아 출마하면서 당선이 가장 유력하다는 예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는 고질적 계파 갈등과 정치투쟁에 집착했던 기존 집행부에 대해 일반 조합원들이 직접선거를 통해 사실상 ‘반란’을 일으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과거에도 간접선거를 통해 민족민주(NL) 세력이 중심이 된 정파들이 집행부를 장악하면서 통합진보당 등 진보정당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정치 투쟁에 집중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등 정작 노동계가 맞닥뜨린 현안은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면서 조합원들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고, 국내 유일의 ‘민주 노조’를 바라보는 국민 여론도 싸늘해졌다.

민주노총의 한 조합원은 “지금까지 NL 세력이 주도한 정치 투쟁을 접고, 진정한 의미의 ‘노동자 대투쟁’을 해보자는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한 마디로 NL 세력을 준엄하게 심판한 것”이라며 “이제 민주노총도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활동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합원 직선으로 위원장과 집행부를 선출한 만큼 기층 조합원들의 개혁 요구도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정규직 600만 시대에서 민주노총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어온 만큼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한 조합원은 “민주노총이 솔직히 지금까지 비정규직들을 위해서 해준 게 뭐가 있냐”며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노조 운동에서 탈피해 외연을 넓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년부터 구체화 될 노동시장 구조 개혁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현재 노사정위에서 탈퇴해 있다. 한 전 지부장 역시 노사정위 대화 중단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1월부터 총파업 투쟁에 들어갈 것을 선포하는 등 벌써부터 ‘장외 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직접선거를 통해 드러난 표심은 민주노총이 산적한 노동현안을 앞장서서 해결해 달라는 것”이라며 “다시 거리 투쟁에만 집착한다면 노동시장 개혁의 주도권을 정부에게 뺏길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기자 ryu@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