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근로시간 줄면서 담배는 덜 피우고 술은 더 마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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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근무제, 국민 라이프스타일도 바꿔

저명한 영국의 한 의학전문가는 최근 “근로자의 신체·건강을 위해 주 5일이 아닌 4일 근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근로자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건강을 회복시키는 데 큰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주 5일근무제 시행 10년째를 맞은 지금, 한국인의 건강상태도 이전보다 좋아졌을까.

안태현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8월 한국경제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 ‘근로시간 감소: 생활습관은 건강해졌나’를 통해 “국민들은 근로시간이 줄면서 담배는 덜 피우는 반면 술자리를 더 자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노동연구원이 매년 수집한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통해 근로자 4550명을 조사한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한국은 주 5일제 시행으로 인해 2000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눈에 띄게 근로시간이 단축된 나라다. 이는 건강습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조사 대상 근로자들의 주당 근로시간은 2001년 52.1시간에서 2010년 49.8시간으로 줄었다.

우선 눈에 띄는 변화는 흡연 횟수다. 주당 근로시간이 줄고 휴식시간이 늘어나면서 담배에서 멀어지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주당 근로시간이 한 시간씩 감소할 때 흡연자 수가 2.8% 줄어들었다. 특히 하루 20개비 이상 피우며 담배에 심하게 중독된 사람들만 놓고 보면 그 수가 5.8% 정도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

안 교수는 이에 대해 “근로시간이 길면 스트레스양도 증가해 흡연 욕구를 느끼게 된다”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흡연율 감소는 직장 내 주력층인 31∼55세 남성에서 두드러졌다”고 덧붙였다.

휴식시간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술자리에 참석하는 빈도는 더 늘어났다. 이 조사에서는 주당 근로시간이 4시간 줄어들자 평균 음주 참여 횟수가 40%가량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휴식시간이 1시간 늘어날 때마다 술 마실 기회는 10%씩 늘어나는 셈이다. 이는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동창회, 동호회 등 사교모임이 늘어난 것과 관련이 있다.

근로시간과 운동도 상관관계를 보였다. 주 5일제로 바뀐 결과 운동하는 횟수가 평균 11.6% 정도 늘었다. 특히 여성이거나 나이가 많을수록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운동량 증가가 뚜렷이 나타났다. 안 교수는 “결론적으로 주 5일제 시행 결과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전반적인 건강위험도는 약 11% 떨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주5일근무제#근로시간#근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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