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 수돗물 ‘아리수’도 시복식 은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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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시복식에서 서울시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을 기념해 특별 제작한 수돗물 ‘아리수’ 페트병을 시민들에게 나눠 주고 있다. 서울시 제공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시복식에서 서울시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이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을 기념해 특별 제작한 수돗물 ‘아리수’ 페트병을 시민들에게 나눠 주고 있다. 서울시 제공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한 시복식이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 ‘환영합니다. 교황 프란치스코 서울 방문. Seoul Welcomes Pope Francis’라는 파란색 라벨이 붙은 아리수 30만 병이 시복식 참가자들의 갈증을 달래줬다. 지난달 교황방한준비위원회에서 ‘아리수’ 지원을 요청했고 서울시는 시복식을 위한 ‘아리수’를 특별 제작해 공급했던 것. 무더운 날씨에 서울시 직원과 자원봉사자 195명이 나눠준 아리수 30만 병이 모두 동났다. 이날 시복식 참가자들에게 아리수를 나눠준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 한희균 주무관은 “예전에는 아리수가 수돗물이라고 하면 버리고 가는 사람도 종종 있었는데 다들 반갑게 받아 갔다”며 “아리수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 아리수의 험난한 에비앙 도전기

고도정수처리시설이 갖춰진 영등포 아리수 정수센터에서 생산되는 병물 ‘아리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생수 ‘에비앙’에 도전장을 내밀며 탄생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163개 항목을 꼼꼼히 점검해 수질도 ‘에비앙’ 못지않다. 이미 정수된 수돗물을 다시 오존과 숯으로 여과하는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거치면 수돗물에서 날 수 있는 특유의 맛과 냄새가 없어진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최근 3년간 아리수 지원을 요청하는 행사가 연평균 7000건을 넘어설 정도로 병물 인기가 치솟고 있다. 서울시는 이 중 △자치구가 주최하는 시민행사 △재해·재난 지역 △소외계층 지원이라는 기준을 적용해 아리수를 지원하고 있다. 2010년 650만 병에서 2013년 766만 병으로 각종 행사에 사용된 ‘아리수’가 크게 늘었다. 박관용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 주무관은 “8월에만 서대문 독립문화축제, 전국웃음경연대회, 국제장난감도서관대회 등 하루 한 건씩 아리수가 배달됐다”고 말했다. 주로 공급되는 350mL 병의 원가는 256원이다.

해외 손님도 늘었다. 2008년 중국 쓰촨 성 지진 피해 지역과 베이징 올림픽 자원봉사자에게 아리수를 지원했다. 올해 2월에는 서울 아리수의 생산 노하우를 그대로 전수해 페루 찬차마요 시 수도시설 개선 사업을 완료했다.

○ 아리수 인기가 수돗물 음용으로 이어질까

그러나 서울시는 병물 아리수의 인기가 수돗물 음용률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아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수돗물 음용률은 53.3%였다.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아리수가 깨끗한 수돗물 정도가 아니라 세계 최고의 마실 물에 도전하고 있지만 꿈은 쉽사리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1908년 9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정수장인 뚝도 수원지에서 수돗물을 처음 생산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수돗물은 소수 서울시민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그러나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을 겪으며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쌓여 갔다.

시는 이런 편견을 깨기 위해 취수장부터 수도꼭지에 이르는 모든 지점에서 수질을 측정해 이를 공개하고 있다. 상수도본부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 동네 수질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생수보다 철저히 관리되고 정수기 필터로 걸러지는 미네랄도 살아있다. 남원준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장은 “노후 상수도관 96%가 교체됐고 내년까지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정수센터 6곳에 모두 설치해 어떤 생수보다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아리수#시복식#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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