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공무원 실수로 잃은땅, 법원 힘빌려 되찾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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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문수산 아파트 특혜사건 일단락
기부채납할 땅에 건물 지은 건설사, 제3자에 매각하자 문제 불거져
허가 내준 공무원들 “업무착오” 변명… 울주군, 건설사상대 23억 손배 승소

공무원들이 ‘잃어버린 땅’을 법원이 되찾아줬다.

건설사가 아파트 허가의 조건으로 울산시에 기부채납(개인재산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는 행위)하기로 한 땅(7272m²)에 약속을 어기고 아파트를 지었지만, 공무원들은 아무도 몰랐다. 관련 공무원들은 모두 책임을 떠넘기거나 “업무 착오” “단순 실수”라고 둘러댔다. 검찰 수사도 해당 공무원들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종결했다.

울주군은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뒤늦게 건설사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이겼다. 울산지법 제3민사부(부장판사 오동운)는 17일 울주군이 휴스콘건설과 기부채납 대체용지 낙찰자 3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선고공판에서 휴스콘건설 등은 23억8600만 원을 울주군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휴스콘건설이 기부채납하기로 한 대체용지가 임의경매를 통해 제3자에게 매각된 것은 기부채납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고 배상 판결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수산 아파트 특혜 허가 사건’은 2005년 9월 시작됐다. 울산시 도시계획위원회는 동문건설이 아파트 건설을 추진하는 울주군 범서읍 굴화리 문수산 자락 7만여 m²를 12층 이하만 지을 수 있는 ‘2종 주거지’에서 28층까지 지을 수 있는 ‘3종 주거지’로 용도변경 해줬다. 용도변경 조건은 문제의 인접용지 7272m²(45억 원 상당)를 경관녹지로 조성해 울산시에 기부채납하는 것.

이곳은 또 산림이 울창해 울산시 조례에 따르면 아파트 허가가 불가능한 곳이다. 하지만 울산시는 2006년 2월 ‘울창한 산림이라도 도시계획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아파트를 지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조례를 개정했다. 동문건설은 조례 개정 3개월 뒤인 2006년 5월부터 세 차례로 나눠 아파트 679채 건설 허가를 받았다.

게다가 동문건설은 당초 약속을 어기고 울산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한 땅에 2011년 6월 아파트(108채) 건축허가를 받았다. 허가를 받은 업체는 동문건설 계열사인 휴스콘건설. ‘기부채납 약속 미이행-아파트 허가’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들은 어느 누구도 제동을 걸지 않았다. 2008년 1월부터 500채 미만 아파트 건축허가 업무가 울산시에서 기초단체인 울주군으로 이관됐기 때문에 울산시와 울주군은 서로 책임을 미뤘다.

박맹우 당시 시장은 2011년 9월 사과문을 발표한 뒤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검찰은 10개월간 수사를 했지만 해당 공무원들은 “단순 업무착오”라고 변명했다. 결국 검찰은 ‘혐의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울산시는 당시 도시계획과장과 건축주택과장 등 서기관 이하 담당 공무원 6명을 직위해제했다. 하지만 국장(부이사관) 이상의 고위직에 대한 징계는 없어 “꼬리 자르기 식”이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울주군은 기부채납 용지에 아파트를 짓는 휴스콘건설과 기부채납 대채용지 낙찰자 3명을 상대로 지난해 6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이번에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울산시와 울주군의 어이없는 행정을 법원이 바로잡아 준 셈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인허가 과정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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