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컨테이너… 노후 다락방… 붕괴-화재 위험 ‘아슬아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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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수도권 일대 농수산재래시장 5곳 실태 점검

보기만 해도 위태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경매장에서 사무실로 쓰이는 ‘공중 컨테이너 박스’. 주차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기둥 6개로 지탱하게 하고 공중에 설치했다. 가설건축물은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신고만 하면 설치할 수 있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한눈에 봐도 위험해 보인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보기만 해도 위태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경매장에서 사무실로 쓰이는 ‘공중 컨테이너 박스’. 주차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기둥 6개로 지탱하게 하고 공중에 설치했다. 가설건축물은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신고만 하면 설치할 수 있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한눈에 봐도 위험해 보인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농수산물직판장 다농마트에 불법으로 ‘1.5층 가설천장’이 설치돼 윗부분을 사무실로 쓰고 짐을 쌓아뒀던 것이 28년 동안이나 이어져온 건 사회 전반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곳은 천장에 있는 스프링클러가 가설천장에 막혀 제 역할을 할 수 없어 화재가 나면 대형 인명 피해가 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가설천장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불법 구조물이지만 28년 동안 방치돼 왔다.

○ ‘1.5층 가설천장’ 철거하기로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는 1일 동아일보가 단독 보도한 가락시장 다농마트와 식품종합상가의 1.5층 가설천장을 조속히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공사는 이날 오전 사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송파구청이 시정조치 기한으로 통보한 7월 18일 전에 철거 공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민의 안전 경각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당국은 본보 보도가 있은 뒤에야 부랴부랴 조치를 취하는 ‘사후약방문’식 사고방식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1일 다시 찾은 가락시장 다농마트와 식품종합상가는 여전히 불법으로 지은 1.5층 가설천장에 물건을 잔뜩 쌓아두고 있었다. 영세상인이 모여 있는 식품종합상가에는 가설천장 위에 제2의 가설천장을 설치해 짐을 쌓아두거나 가설천장 끝에 나무판을 덧대 공간을 넓힌 뒤 상자 등을 올려둔 곳도 있었다. 일부 상인은 가설천장 위로 짐을 실어 올리기 바빴다. 이곳에서 생계를 꾸려온 영세상인들은 28년 동안 불법 구조물 아래에서 위험에 노출돼왔지만 관할 구청은 송파소방서가 통보하기 전까지 불법 구조물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공사 측은 입점 상인들이 물건을 쌓아둘 공간이 부족하다고 호소해 가설천장 설치를 승인해줬다고 주장했다. 1985년 8월 가락시장이 개장한 이후 상인들이 몰리면서 짐을 둘 공간이 부족해지자 공사가 궁여지책으로 개축을 허락해줬다는 것이다. 비록 구청에서 허가를 받지 못해 법적으론 불법 건축물로 돼 있지만 1986년 지어진 뒤 안전점검은 꾸준히 해왔다고 주장했다. 공사 관계자는 “3300여 m²(1000여 평) 규모의 창고가 따로 있지만 가게가 커지면서 비치 공간이 부족해졌고 부득이하게 매장 안을 개축했다”며 “이전에 합법화하려고 시도하기도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위험에 노출된 노후 농수산재래시장

동아일보 취재팀은 1일 가락시장과 노량진수산시장 등 수도권 일대 노후 농수산재래시장 다섯 군데를 직접 찾아 안전 실태를 점검했다. 이들 대부분은 20∼40년 된 노후 시설로 신축 건물로의 이전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영업을 하고 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 건물 동쪽 외벽에는 30m가량 길이의 다락방이 2층 높이로 설치돼 있다. 1971년 개장할 당시 설계도대로 지은 것이지만 한눈에 봐도 화재나 붕괴 사고가 나면 대피로를 확보하기 어려워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상인은 “불이 나면 위험해 보이긴 하는데 ‘설마 진짜 불이 날까’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노량진수산시장 시설 관리자는 “설계대로 지었지만 다락방 부분이 충격에 약하긴 하다. 내년 8월 새 건물로 이전하기 전까지만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산시장 건물과 노량진역 사이 공간에는 슬레이트 지붕을 올려 만든 무허가 가건물들이 있었다. 매점과 흡연공간 등으로 쓰이는 곳이다.

가락시장 경매장에는 얇은 철제 기둥 6, 7개로 지탱하는 ‘공중 컨테이너’가 10여 개 설치돼 있었다. 입점업체들이 사무실로 쓰는 곳인데 주차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지상이 아닌 공중에 설치한 것이다. 가설건축물은 관할 구청에 신고만 하고 2년 단위로 사용기한을 연장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공중 컨테이너는 한눈에 봐도 아슬아슬해보였다.

경기 구리농수산물시장은 2009년 화재가 발생해 점포 12개가 불타고 6명이 다쳤던 곳이다. 이 시장은 화재를 겪은 뒤에야 소방서의 지적대로 기존 샌드위치 패널을 불에 타지 않는 소재인 글라스울 패널로 바꿨다. 구리소방서 관계자는 “패널 교체는 강제 사항이 아니라 권고 사항”이라며 “2009년 화재 이후 시장 시설을 글라스울 패널로 바꿨는데 화재 위험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구리=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가락시장#다농마트#농수산재래시장#안전 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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