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영어로 익히는 고전]해는 또다시 떠오른다④ 헤밍웨이의 문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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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의 문장 중 약 70%는 단문입니다. ‘네가 전화한 후 나는 집에 갔다(I went home after you called me)’ 같은 복문(complex sentence)이나 ‘나는 집에 갔다. 그리고 빨래를 했다(I went home, then I did the laundry)’ 같은 중문(compound sentence) 대신 ‘나는 집에 갔다(I went home)’처럼 단문을 즐겨 쓰죠. 헤밍웨이의 문체는 아이 같다(childlike)는 평을 듣지만, 간결하고 직설적이어서 그의 글에 힘을 실어줍니다.

전기 작가들은 기자(a journalist)로서의 경험이 그의 문체(his style of writing)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믿습니다. 기자들은 신속하고 효과적인 정보 전달을 위해 변형(variation)이나 실험(experimentation)을 배제하고 글을 쓰기 때문입니다. 신문을 펼쳤을 때 ‘레드삭스가 양키스를 이기다(Red Sox wins over the Yankees)’라는 헤드라인을 접한다면 여러분은 헤밍웨이 소설에 나올 법한 문장(a sentence that could be in a Hemingway novel)을 읽는 셈입니다. 물론 아주 똑같지는 않지만 말입니다(It’s not quite the same though).

헤밍웨이는 자신의 문체를 완성하기 위해 오랜 기간 노력을 기울였고, 이런 노력 덕에 ‘노인과 바다’에서 서사문학의 정수(mastery of the art of narrative)를 보여주며 195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에서 헤밍웨이는 강렬한 효과를 주기 위해 간결하고 축약된 문장을 사용합니다(uses short and concise sentences). 제이크와 브렛의 대화를 발췌(excerpt)해보겠습니다.

“우스워. 정말 우스워. 사랑을 한다는 건 정말 재미있기도 해.” 내가 말했다.

“그렇게 생각해?” 그녀의 눈이 다시 생기를 잃은 듯했다(her eyes looked flat again).

“그런 뜻에서 우습다는 게 아냐. 어느 정도는(in a way) 유쾌하기도 해.”

“아니. 난 생지옥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녀가 말했다.

“서로 만나는 건 좋은 일이야(It’s good to see each other).”

“아니. 난 그렇게 생각 안 해(I don’t think it is).”

“그럼 만나고 싶지 않은 거야?(Don’t you want to?)”

“만나야만 해(I have to).”

간결하고 의미심장한 문장들을 통해 우리는 브렛이 제이크와의 사랑을 생지옥(a hell on earth)으로 여긴다는 점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브렛의 마지막 대사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왜 브렛은 제이크와의 사랑 때문에 힘들어하면서 그를 꼭 만나려 하는 걸까요?

전쟁으로 첫사랑을 잃고 상심한 브렛은 스스로를 고통 속에 밀어 넣곤 합니다. 그래서 심적 고통을 주는 제이크와의 만남을 이어가는 거죠. 헤밍웨이는 이 모든 걸 하나의 강렬한 문장으로 우리에게 말합니다(Hemingway tells us all of this in one powerful line). 이처럼 헤밍웨이 작품의 훌륭한 점 중 하나는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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