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우물안 논리에 갇힌 대구시장 선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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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대구경북본부장
이권효·대구경북본부장
대구시장 선거가 코앞인데 대구시청에는 기대나 긴장을 찾기 어렵다. 선거 중립 때문이 아니다. 맞대결 구도를 형성한 새누리당 권영진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후보가 구체적이고 강력한 비전을 보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구시청 직원들은 시정(市政)에 대해 두 후보보다 훨씬 잘 안다. 두 후보는 국회의원 등 중앙정치무대에서 활동한 경력은 많은 편이지만 지자체 행정에는 초보운전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두 후보가 쏟아내는 이야기는 매우 추상적이다. 변화, 혁신, 개혁, 창조, 진짜 변화, 더 큰 변화, 대구 부활, 시민의 꿈, 소통, 힐링, 선거혁명 같은 얼핏 듣기 좋은 말잔치가 넘친다.

김 후보는 “야당 시장은 대구 대박”이라고 외친다. 권 후보는 “야당 시장은 대구 쪽박”이라고 받아친다. 대구에 야당 시장이 나오면 주목을 받아 만사형통일 것처럼 생각하는 김 후보나 여당 시장은 정부 여당과 협력이 잘될 것으로 기대하는 권 후보의 태도는 시대착오적 한탕주의 발상일 뿐이다.

지자체들이 사활을 거는 국비 확보 경쟁은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치밀하게 준비한 정책으로 평가받지 못하면 헛발질이 되기 일쑤다.

정치적 특혜는 소가 웃을 일이 됐다. 공공분야에서도 ‘실력’이 가장 중요한데도 두 후보는 여전히 대박이니 쪽박이니 하는 과거의 틀에 갇혀 있다. 이러다 보니 두 후보가 제시하는 공약이 기초단체장 수준이거나 창조경제수도 건설 또는 영호남 광역경제권 구축 같은 거창한 구호에 불과하다.

대구의 경쟁력은 17개 광역지자체 가운데 매우 낮은 데다 뻗어나갈 잠재력도 부족하다는 것은 이미 진부한 진단이다. 여기에 경북도청이 올해 말 안동으로 이전하면 대구로서는 든든한 협력 파트너를 잃는다. 도청 이전은 대구의 고립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사정에서다.

경북도청 이전은 대구와 경북의 실질적인 분리를 뜻한다. 대구시가 1981년 경북도에서 직할시로 떨어져나간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 경북도는 벌써 강원과 충청, 세종시와 협력을 위한 큰 그림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있다.

도청 이전은 북구 산격동의 작은 빈터(14만3000m²)를 대구시가 어떻게 개발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아니다. 1896년 이후 118년 동안 대구에서 함께 해온 경북이 떠나는 현실적 의미가 엄청나게 크고 넓고 깊다. 두 후보가 똑같이 이에 대한 문제의식조차 없으니 ‘빈터 개발’ 운운하는 좁은 틀에 맴돈다.

권영진 김부겸 후보 모두 “시민들이 변화를 갈망한다”며 ‘변화’를 부르짖는다. 그러나 구체적이고 현실적 차원에서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은 없고 두루뭉술한 이미지만 내세우는 모습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라는 말이 대구시청 안에서 나오는 현실을 두 후보는 두려워해야 한다.

이권효·대구경북본부장 boriam@donga.com
#대구시장 선거#선거 중립#대구시청#권영진#김부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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