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하루 3만명 찾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 3차원 디자인, 화재땐 되레 ‘발목’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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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패널 외관, 창문 없어 구조-유독가스 취약
헷갈리는 내부 동선, 미로탈출 혼란… 패닉 빠질수도

3월 21일 개관해 하루 3만여 명이 찾는 서울 시내 명소가 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외관을 뒤덮은 알루미늄 패널 때문에 화재 진압에 허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
났다. 곡선미를 살린 내부 계단(왼쪽)은 디자인적으로는 아름답지만 신속한 화재 대피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일보DB·뉴스1
서울시가 4840억 원을 들여 3월 21일 개관한 중구 을지로 7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화재 진압에 취약한 구조인 것으로 드러났다. 창문 없이 외관을 알루미늄 외장 패널로 뒤덮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건축미를 살렸지만 화재가 발생했을 때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DDP는 ‘디자인 서울’을 천명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주요 사업이었다. 당초 2006년 11월 1593억 원으로 계획된 사업비는 설계 변경과 공사 연기 등으로 3배가 넘는 예산이 들었다. 설계는 영국의 건축가 자하 하디드 씨(64)가 맡았다.

○ 건물 외관 덮은 알루미늄 패널, 화재에 취약

DDP는 연면적 8만6574m²에 지상 3층, 지하 4층 건물. ‘세계 최대의 3차원 비정형 건물’이란 평가를 받았다. 외관을 4만5000여 장의 알루미늄 외장 패널로 덮어 ‘우주선’ 같은 이미지를 연출했다.

그러나 7일 본보가 입수한 서울 중부소방서의 ‘DDP 화재 진압 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적지 않은 문제가 드러났다. DDP에 화재 발생 시 이 알루미늄 패널이 진압 작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 돔 건축 양식으로 알루미늄 패널 지붕의 무창층(창문이 없는) 건물이어서 외부에서 화점(화재가 발생한 곳), 연소 범위, 피난 상황 등 초기 현장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게 소방서 측의 분석이다. 또 건물에 창문이 없어 건물 밖에서는 기본적인 화재 상황조차 파악하기 어렵게 돼 있다.

더 심각한 건 이 패널 때문에 화재가 났을 때 창문과 옥상을 통한 인명 구조에 한계가 있다는 점. 패널을 떼어내도 그 안에 콘크리트와 단열재가 있어 창문과 옥상을 통한 구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일한 대피로는 출입구뿐이다. 중부소방서 관계자는 “DDP에는 소화기 유도등이 설치돼 있고 기본적인 안전규정은 지켰다”면서도 “그러나 화재를 진압하거나 인명을 구조하기에는 까다로운 건물”이라고 말했다.

DDP는 창문이 없어 유독 가스 피해에도 취약하다. 이 건물에는 연기를 빼내는 재연시설이 없고 환기시설만 설치돼 있다.

○ 미로 같은 건물 구조, 대피에 혼란

DDP에 화재가 났을 경우 출입구를 통해 대피할 순 있지만 미로 같은 구조가 걸림돌이다. 기존의 ‘사각형 건물’과 달리 DDP는 건물 내·외부 벽과 출입구가 끊어질 듯 이어지는 곡선형으로 돼 있다. 알림터, 배움터, 살림터 같은 주요 건물들은 지도를 보고도 찾아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모든 건물의 내벽은 흰색, 외벽은 알루미늄 패널로 돼 있어 본인이 어떤 건물의 어느 층, 어느 지점에 있는지 파악하기조차 힘들다. 지난달 30일 기자가 DDP의 안내데스크를 찾았을 때도 안내 도우미들이 일일이 안내 지도를 꺼내 직접 펜으로 동선을 그려가며 설명을 해줘야 목적지를 찾을 수 있을 정도였다.

만약 화재로 인한 연기로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으면 대피 과정에서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높다. 보고서는 ‘무창층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화재 시) 피난자가 패닉(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DDP는 개관 이후 한 달반 만에 130만 명 넘게 다녀갔고 하루 평균 3만여 명이 찾는 다중이용시설이다. 안전이 그만큼 중요하다. 이에 대해 서울시 디자인정책과 관계자는 “창문이 없는 DDP의 구조적 특성 등을 감안해 화재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ddp#세월호#디자인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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