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힘들수록 정규직 일자리 줄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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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외솔 교수 “해고비용 높을수록 기업들은 비정규직 채용 선호”

기업들이 직원을 해고하기 어려울수록 정규직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기혼 남성의 임금이 미혼 남성보다 10∼18%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외솔 서울여대 교수(경제학)는 11일 한국경제학회 주관으로 열린 ‘2014년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이중노동시장과 해고비용’ 논문을 통해 “고용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부과되는 해고비용이 커질수록 정규직 일자리 비중이 줄어든다”며 이같이 밝혔다. 해고비용은 명예퇴직금 등 기업들이 직원을 해고할 때 부담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해고비용이 높을수록 기업들은 해고비용이 들지 않는 비정규직 채용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이 논문에서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채용정보사이트 ‘워크넷’의 2006∼2011년 구인정보 등을 분석한 결과 해고비용이 직원을 채용하는 데 들어가는 고용비용의 90% 수준으로 높아지면 해고비용이 전혀 없을 때보다 정규직 고용률이 11.14%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고비용이 없을 때 정규직 고용률이 41.99%인데 반해 해고비용이 고용비용의 90% 수준일 때는 정규직 고용률이 30.85%까지 떨어진다는 것이다. 반면 비정규직 고용률은 해고비용이 없을 때는 18.04%지만 해고비용이 고용비용의 90%일 때는 29.42%로 크게 높아졌다.

2010년 세계은행 조사에서 한국은 20년 근속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91주 치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나 183개국 중 34번째로 해고비용이 높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문 교수는 “(해고비용이 커질수록) 기업들은 해고비용이 부과되는 정규직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대체한다”며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 격차도 확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기혼 남성이 미혼 남성보다 높은 임금을 받는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엄동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저출산과 결혼 프리미엄’ 보고서에서 1998∼2010년 5000개 가구를 표본 조사한 노동패널조사를 분석한 결과 결혼을 한 남성 근로자는 나이와 입사연도 등 조건이 같은 미혼 남성보다 임금이 10∼1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대회는 한국경제연구학회 등 58개 경제학 관련 학회가 참석하는 국내 최대의 학술대회로 ‘한국경제학은 어디로, 자본주의의 장래와 한국경제의 선택’이라는 주제로 12일까지 진행된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이원주 기자
#해고비용#정규직#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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