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고시생 아닙니다… ‘유학생 고시원족’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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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새학기 앞두고 방구하기 전쟁 3월 개강을 앞두고 대학가에 방을 구하려는 학생과 방을 세놓는 집주인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9일 서울 동작구 흑석로 중앙대 인근 주민알림판 앞에서 한 남성이 원룸 월세방을 홍보하는 전단을 붙이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대학가 새학기 앞두고 방구하기 전쟁 3월 개강을 앞두고 대학가에 방을 구하려는 학생과 방을 세놓는 집주인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9일 서울 동작구 흑석로 중앙대 인근 주민알림판 앞에서 한 남성이 원룸 월세방을 홍보하는 전단을 붙이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지난해 가을 성균관대 교환학생으로 온 독일인 케빈 코흐 씨(23)는 한 ‘고시원’에 둥지를 틀었다. 학교 기숙사를 신청하려 했지만 통금시간이 있고 다른 사람과 함께 방을 써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포기했다. 6개월 단기임대를 찾으러 학교 주변을 돌아다녔지만 방을 쉽게 구하지 못했다. 그는 “고시원이 5m² 규모라 발을 편히 뻗지 못할 정도로 비좁고, 방음도 잘 안 돼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 외국인 유학생들이 왜 고시원에?


외국인 유학생들이 집을 구하지 못해 고시원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생활을 중시하는 외국인 학생들은 다인실 기숙사를 기피하는 데다 월세가 너무 비싸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 한류 등의 영향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 학생들 사이에서 “주거문제가 부담이 돼 다시 한국을 찾기 싫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덴마크에서 유학 온 J 씨(25)는 학교 기숙사 신청기간을 놓쳐 학교 인근에서 방을 구하려다 입이 떡 벌어졌다. 원룸과 오피스텔 등에서는 1년 이하의 계약은 아예 받아주지 않았다. 1000만∼2000만 원의 보증금도 문제였다. 결국 학교와 가깝고 가격이 저렴하면서 보증금이 없는 고시원을 선택했다.

이처럼 유학생들이 고시원으로 몰리는 건 대학가 주변에서 단기 임대 원룸이나 오피스텔을 찾기 어렵기 때문. 연수 등의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 학생들은 일정이 유동적인 경우가 많아 단기임대매물을 선호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임대차 계약은 최소 1년 이상이고 비싼 보증금 때문에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신촌의 한 공인중개사는 “방을 찾는 외국인 유학생의 수요는 많다. 하지만 대학가는 원룸 수요가 많아 주인 입장에서는 단기임대를 선호하지 않는다”며 “원룸시세가 보통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 정도인데, 보증금을 깎으려면 월세로 10만 원 이상 웃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 외국인 수요 못 맞추는 기숙사

기숙사의 경우 가격이 저렴하고 시설이 우수하지만 보통 ‘2인 1실’ 이상의 다인실 위주여서 외국인들이 기피하고 있다. 건국대의 경우 2인실이 1435실에 이르지만 1인실은 182실에 불과하다. J 씨는 “함께 고시원에 살던 유학생들이 기숙사로 옮겼다가 2인실 생활을 못 견뎌 해 다시 나오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 기숙사는 가격이 저렴하고 시설이 우수하지만, 독립적인 공간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고 아쉬워했다.

최근 신설된 고려대의 외국인학생 전용 기숙사인 안암 글로벌하우스는 예외적인 경우다. 1인실 114실, 2인실 106실, 3인실 73실 등으로 구성돼 다양한 외국인 학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안암 글로벌하우스 관계자는 “1인실은 유럽과 영미권 학생에게 인기가 많고, 가격이 저렴한 3인실은 중국, 대만 등 중화권과 동유럽 학생들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열악한 주거 현실 때문에 한국에 호감을 갖고 있던 외국인 유학생들이 발길을 돌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대학가에 비싼 원룸 이외에 다양한 형태의 주거공간이 공급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며 “개인침실 등 독립 공간을 보장하되 주방, 욕실, 거실 등의 공간은 함께 사용하는 셰어하우스 형태의 주거시설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김혜린 인턴기자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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