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외조부 집안 종손이 밝힌 제주 가족묘 “20여년전 한번 만난뒤 연락끊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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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도 몰라”

제주 제주시 봉개동에 조성된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외조부 고경택의 묘비.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 제주시 봉개동에 조성된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외조부 고경택의 묘비.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20여 년 전 한 번 만난 뒤 연락이 끊겼고 생사조차 몰라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외조부(고경택) 집안 종손인 고모 씨(74·제주시 조천읍 북촌리)는 28일 전화통화에서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오래전 고경택의 친형인 고경찬(1903∼1998)이 찾아와 제사 문제를 의논한 뒤 종적을 감춘 게 전부라는 얘기였다.

고 씨는 “제주 4·3사건 때 아버지 등 3형제가 모두 사망해 그 후 해마다 제사를 지냈다. 그러다 고조할아버지 형제뻘 되는 분이 찾아와 제사 문제를 상의하고 돌아갔다. 친척이라고 들었지만 왕래가 없고 조상 벌초조차 하지 않아 별 관심이 없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어머니인) 고영희의 아버지가 친척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확인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고경찬은 1940년부터 1945년 8월까지 조천면(지금의 조천읍) 면장을 지냈다. 북촌리 주민 고모 씨(80·전 북촌리 이장)는 “고경찬 가족은 북촌리에서 벌족이었다. 학식이 높고 머리가 영민해 면장으로 뽑혔다는 이야기를 어르신들에게 들었다. 면장을 할 때 조천면사무소 주변으로 이사를 했는데, 4·3사건 때 고경찬 아버지가 산에서 활동하는 무장대에 피습을 당해 숨진 것으로 안다”고 기억했다.

4·3사건은 1948년 4월 3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이념대립 등으로 좌우익이 격돌해 다수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건. 북촌리는 군경토벌대에 의해 1949년 1월 350여 명의 주민이 한꺼번에 몰살된 곳으로 당시 마을 전체가 불에 탔다. 면장을 지낸 고경찬은 이런 혼란정국을 피하기 위해 동생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밀항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대 고경찬은 귀국해 제주시내에서 둘째아들과 생활했지만 북촌리 친척과는 연락을 끊고 지냈다고 한다.

고경택의 허묘(유골이 없는 묘)가 있는 제주시 봉개동 가족묘지는 고경찬이 주도적으로 조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고경찬은 1987년 봉개동 지역 밭 2080m²를 매입한 뒤 1990년 가족묘역으로 만들었다. 고경찬은 ‘탐라 고씨 신성악파 흥상공계 가족묘지’라는 비석을 세우고 흩어져 있는 가족 묘를 이곳에 모았다. 고경찬 아버지 묘 등 모두 14기가 있다. 고경택의 허묘는 고경찬의 아들(1940∼2013)이 조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북한#김정은 외조부#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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