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따뜻해진 한반도… 점점 북상하는 제주 한라봉, 경북 곳곳서 주렁주렁 열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경북 칠곡군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이 최근 시험재배에 성공한 한라봉을 보여주고 있다. 칠곡군 제공
경북 칠곡군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이 최근 시험재배에 성공한 한라봉을 보여주고 있다. 칠곡군 제공
“경북 한라봉 맛보세요.”

경북 칠곡에서 한라봉이 생산됐다. 23일 칠곡군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2012년부터 한라봉 묘목 48그루를 센터 시설하우스에서 시험 재배한 결과 최근 모든 나무에 열매가 주렁주렁 열렸다.

수확한 한라봉은 평균 무게가 290g이며 당도는 13.5브릭스(1브릭스는 물 100g에 설탕 1g이 녹아 있는 수준의 당도)로 제주산(평균 15브릭스)과 별 차가 없다. 농업기술센터는 2, 3년 시험 재배를 하면 1000m²당 1800kg 이상 수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동석 원예기술담당은 “제주보다는 수확량이 적지만 시설하우스의 보온 시설을 개선해 난방비를 아끼면 가격 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센터는 시장성을 분석해 농가 보급에 나설 계획이다.

경북에서 아열대 작물인 한라봉이 잇따라 생산되고 있다. 최근 영덕군농업기술센터 시설하우스 960m²에서는 어른 주먹만 한 한라봉이 열렸다. 2010년부터 76그루를 시험 재배해 결실을 보았다. 당도는 15브릭스로 제주산과 비슷했다. 난방은 지열이나 태양열을 이용해 생산비를 크게 줄였다. 영덕군 관계자는 “한라봉 재배 농가를 육성해 온난화에 따른 대응 소득 작목으로 키우겠다”며 “과수 경쟁력 강화와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경주에서는 한라봉을 닮은 ‘륙지봉’ 생산에 성공했다. 2006년부터 시험 재배를 거쳐 한라봉과 겨뤄도 손색이 없는 맛과 향을 지녔다는 평가다. 경주시 천북면 모아리 꿈자람 농장의 비닐하우스 2500m²에는 설을 앞두고 륙지봉 수확이 한창이다.

2012년부터 매년 3∼5t을 생산한다. 개당 무게가 평균 250g이고 8∼10개가 들어가는 3kg 한 상자에 3만5000원 선이다. 생산량은 대부분 경주서 직거래로 판매될 만큼 반응이 좋다. 륙지봉이란 이름은 이상환 농장 대표(60)가 지었다. 육지에서 생산한 한라봉이라는 뜻이다. 한약과 액체 비료를 사용해 ‘한약 먹은 륙지봉’이란 브랜드도 만들었다. 이 대표는 “일조량이 풍부해 한라봉보다 당도가 높은 편이다. 품질을 개선하고 생산량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난화 등 기후 변화로 대구 경북의 작물 지도가 바뀌고 있다. 사과 주산지는 오래 전 대구에서 경북 북부 지역으로 올라갔다. 국내 사과는 1899년 대구 동산의료원 선교사들이 중구 남산동 사택에 사과나무 70여 그루를 심은 것이 처음이다. 이후 1960, 70년대까지 대구의 사과 재배 면적은 3700ha로 전국의 20%를 차지했다. 지금은 동구 평광동 일대 200여 농가가 150여 ha에서 연간 3000t을 생산한다. 반면 경북은 생산량이 꾸준히 늘어 전국 최대 사과 주산지로 떠올랐다. 재배 면적은 1만9000여 ha로 안동 영주 문경 의성 청송 봉화 등 경북 북부 지역이 경북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경북도 친환경농업과는 2007년부터 기후 온난화와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대응 과수 명품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는 20억 원을 들여 청송 영양 울릉을 제외한 20개 시군에 30ha를 조성한다. 품목은 륙지봉과 블루베리, 체리 등이다. 김준식 경북도 친환경농업과장은 “농산물 수입 개방과 기후 변화에 대처하려는 농민들의 신청이 많다. 매년 사업을 늘려 경북의 과일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