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벌레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본보-고용부 ‘근로문화 개선’ 캠페인

정부와 동아일보가 올 한 해 일중독에 빠진 한국 사회를 개선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캠페인에 나선다.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는 7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일하는 방식·문화 개선 캠페인’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가 범정부 차원의 ‘일중독 개선 캠페인’에 나선 것은 고용률 70% 달성, 여성들의 사회참여 제고, 산업재해 근절, 여가 문화 확산 등 경제·고용을 활성화하는 데 현재의 과도한 근로 시스템이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 정부는 일과 삶의 적절한 균형을 통해 바람직한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확충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일중독에 빠진 우리의 자화상은 쉽게 어디서나 볼 수 있다. A 대기업 인사팀 대리인 임모 씨(32)는 오전 6시 반 집을 나서 밤 12시에 돌아오는 생활을 5년째 하고 있다. 인사팀 직원은 날마다 야근을 해야 한다는 사내 관행 때문에 특별한 일이 없어도 매일 늦게 퇴근한다.

이 때문에 지난 5년간 오후 6시에 정시 퇴근한 날 역시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육아와 가사는 오로지 아내 몫이었고, 지난해 얻은 아들의 첫돌이 다음 주지만 돌잔치 준비도 전혀 거들지 못했다. 임 씨는 “매일 야근을 하다 보니 능률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친구나 지인들을 제대로 만나 본 적도 별로 없다”며 “이러다 퇴직하면 내 인생은 뭐가 남나 하는 생각이 들어 답답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일단 우리 사회에 만연된 ‘일중독’의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근무 시간이 아닌 성과 위주로 평가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또 기업에 퇴근 시간이면 자동으로 컴퓨터가 꺼지는 ‘PC오프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근로자들이 일터에서 겪는 어려움을 진솔하게 문제 제기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또 △야근 부추기는 회사 △불필요한 회의와 회식(회사 내의 ‘시간도둑’) △‘그림의 떡’인 휴가 △유명무실한 남성 육아 휴직 등을 일중독을 유발하는 ‘4대악’으로 규정하고, 정도가 심한 회사의 경우 현재의 사내 성교육처럼 근로문화 개선 교육도 병행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번 범정부 캠페인에는 본보 외에도 대기업, 공공기관 등 100여 개 회사 및 단체가 참여한다. 고용부는 이들과 함께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캠페인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기업과 공공기관이 유연근무제 등을 도입하고 근로문화를 개선할 경우 정부가 인증을 하거나 포상 등의 인센티브를 주기 위한 평가지표도 개발할 방침이다. 방하남 고용부 장관은 “캠페인으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일과 삶의 균형을 통해 생산성이 향상되는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함께 모든 역량을 쏟겠다”고 밝혔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고용부#동아일보#근로문화 개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