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공부장면, 생중계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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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공부방송 각광 왜?

15일 아프리카TV에서 방송하고 있는 공부방송 화면. 운영자는 공부하고 있는 책상에 스톱워치를 두고 하루 공부시간을 시청자들에게 공개한다. 아프리카TV 화면 캡처
15일 아프리카TV에서 방송하고 있는 공부방송 화면. 운영자는 공부하고 있는 책상에 스톱워치를 두고 하루 공부시간을 시청자들에게 공개한다. 아프리카TV 화면 캡처
“서울대 수석입학! 총장 뺨 때려보기! 시청하면 공부의지가 샘솟는 공부방송!”

수험생 ‘엉가’는 11월 30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부방송 시청자’를 모집하는 광고 글을 올렸다. 2014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발표된 지 3일 만이었다. 본인을 5수(修)생이라고 밝힌 ‘엉가’는 “아침 6시부터 밤 12시까지 열심히 공부만 해서 전국 수석으로 총장 뺨 때리고 전액장학금으로 합격합시다(수석으로 떳떳하게 합격하자는 의미)”라며 참여를 독려했다. 이 수험생이 운영하는 공부방송은 15일 누적 시청자 수가 16만여 명에 달할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

공부방송은 인터넷 개인방송 아프리카TV에서 수험생이 아무 말 없이 공부하고 있는 책상을 생중계로 보여주는 게 전부지만 내년 수능에 도전하는 수험생 사이에서 의지박약을 극복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수능이 끝난 지 겨우 한 달여가 지났지만 아프리카TV에서는 15일 하루에만도 ‘수능 D―33○ 공부방송’ 등의 제목을 내건 인터넷 생중계 개인방송이 10여 개 진행됐다.

이들은 하루 목표 공부시간을 공지한 뒤 책상 옆에 스톱워치를 두고 시청자에게 ‘자발적 감시’를 요청한다. 공부방송 운영자와 시청자가 서로 매일 공부한 시간을 일자별로 정리해 게시판에 올리며 경쟁하는 ‘공부시간 배틀’을 벌이기도 한다. 하루라도 공부를 안 한 운영자나 시청자가 있으면 매서운 질책이 담긴 글이 올라온다. 공부하지 않은 시청자는 게시판에 자아비판 글을 쓰며 면학 분위기를 조성한다.

최근 공부방송을 며칠 쉬었던 운영자 ‘엉가’는 12일 “요즘 공부를 안 해서 죄송합니다. 아직 초반이니까 습관을 들이는 과정이라고 이해해주세요. 앞으로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사과문을 올렸다. 운영자들은 공부 장면을 녹화하지 않고 생중계한다는 암묵적인 규칙을 공유하고 있다. 혹시나 나중에 공부를 안 하면서 시청자를 속이려고 녹화 장면을 생중계 화면처럼 쓸 수 있다는 우려를 원천봉쇄하기 위해서다.

사법시험이나 7, 9급 공무원시험, 취업준비처럼 꾸준히 공부를 해야 하는 수험생들도 공부방송을 애용하고 있다. 이들은 화면분할 화상채팅을 통해 공부하는 장면을 공유하는 ‘캠스터디’를 함께하며 서로를 감시한다. 일일 공부시간을 채우지 못하거나 무단 지각·결석을 하면 벌점을 부과한다.

운영자 ‘엉가’는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처음에는 노량진 고시촌에서 혼자 공부하면서 어머니에게 보여드리려고 공부방송을 시작했는데 시청자들이 점점 늘면서 요즘엔 하루에 5000명 정도 방송을 보며 함께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험생이 인터넷에 공부 장면을 생중계하며 자발적으로 감시받길 원하는 공부방송을 ‘심리적 안전장치’라고 분석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혼자 공부를 하게 되면 일탈행위를 해도 아무도 모를 수 있기에 인터넷 방송 중계라는 안전장치를 통해 스스로를 제어하려 하는 것”이라며 “수험생끼리 ‘나 혼자만 공부하는 건 아니다’라는 의식을 공유하면 서로 힘을 북돋울 수 있다”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인터넷 공부방송#아프리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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