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그런 말은 나쁜 말이야!”… 비속어의 정확한 뜻 알려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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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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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속어 쓰기 시작한 유·초등 자녀, 어떻게 지도할까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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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했던 아이가 초등학교에 올라가더니 ‘×발, 미친 ×끼’라는 욕을 배워서 너무 놀랐어요. 어떻게 하죠?”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유·초등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고민 중 하나는 아이들이 무비판적으로 사용하는 비속어와 은어다. 자녀가 생각지도 못했던 욕설이나 은어를 태연하게 쓰는 모습을 처음 접한 부모는 당혹스러움에 빠진다.

아이의 비속어 사용. 어떻게 지도할까? 요즘은 자녀가 인터넷과 일부 TV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비속어와 은어에 쉽게 노출되므로 비속어 사용을 원천적으로 막기는 어려운 상황. 교육전문가와 선배 부모들의 경험을 토대로 해결책을 찾아보자.

비속어 뜻 알려주면 사용 줄어들어


초등학교 진학 전후의 아이들은 자신이 쓰는 비속어가 무슨 뜻인지를 정작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 이때는 그 뜻을 정확히 알려주기만 해도 비속어를 덜 사용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매년 학생들에게 ‘욕의 근원과 의미를 알려주는 강의’를 하는 류승우 부산 동수영중 교사는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쓰는 ‘×발’, ‘×새끼’, ‘×’ 등 욕설들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의미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면서 “욕설에 담긴 뜻을 알게 되면 충격을 받아 사용을 자제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때 순화해 사용할 수 있는 단어를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대박∼. 쩔어!” 같은 은어는 “우와! 대단하다”로 “에이, ×발”은 “아이 진짜”와 같이 의미를 순화해 대체할 수 있는 단어를 알려줘야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대체할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자녀와 함께 국어사전을 찾아보는 방법도 좋다. 그 단어의 의미와 함께 다른 표현들을 알게 되는 효과가 있다. 국어사전 활용이 번거롭다면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국어사전 기능을 활용해도 된다.

독서 활용해 스스로 깨닫도록 지도


비속어나 은어를 쓰는 자녀에게 주의를 줄 때는 아이들 눈높이에서 맞는 표현과 방법을 써야 한다. 많은 부모가 어른의 시선으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주의를 준 뒤 ‘이 정도면 충분히 알아들었겠지’ 하고 생각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자신들이 왜 지적받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비속어를 쓰면 안 돼”, “욕설을 하면 나쁜 입이야” 같은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에게는 와 닿지 않는다. 이때는 독서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시중에는 ‘비속어와 은어를 쓰면 안 되는 이유’를 주제로 한 동화책과 그림책들이 많다. 이 책들을 활용해 ‘욕설이 왜 나쁘고, 왜 해서는 안 되는가’를 자녀가 스스로 할 수 있다.

이혜란 좋은부모교육연구소장은 “부모의 계속된 지적은 잔소리로만 들릴 수 있다”면서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동화책을 활용하면 의미가 명확히 전달돼 비속어를 쓰지 않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동화책을 읽은 후 ‘좋은 말, 나쁜 말 노트’를 만들어 정리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아이가 생각하는 ‘좋은 말’과 ‘나쁜 말’을 쓰도록 하고 그 이유에 대해 부모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 “○○은 표현이 좋은 말이지?” “왜 △△는 나쁜 표현이라고 생각해?”처럼 아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적절한 ‘당근’과 ‘채찍’은 필수

아이의 욕설 습관을 고치기 위해선 적절한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비속어를 쓰지 않기로 약속한 뒤 이를 어기면 용돈을 줄이거나 좋아하는 운동이나 게임을 제한하는 것.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학부모 임모 씨(45)는 초등학교 6학년과 3학년 두 자녀가 비속어를 쓰면 용돈을 주지 않는 원칙을 세운 뒤 큰아이의 초등학교 입학 후부터 쭉 지켜오고 있다. 임 씨는 “적잖은 부모가 용돈을 줄이는 방법을 자녀를 지도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고 하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며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용돈을 줄이는 것은 아이들이 가장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인 만큼 효과도 크다”고 설명했다. 그 대신 아이가 약속을 잘 지켰다면 가족외식을 한다거나 놀이공원에 놀러가는 등 적절한 보상도 해줘야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장난감, 게임기처럼 아이들이 원하는 선물을 사주겠다는 식의 접근은 자제해야 한다.

‘다 큰 자녀 싸가지 코칭’의 저자인 이병준 참행복교육원 원장은 “아이들은 상으로 받은 선물은 자신이 노력해서 받은 결과물로 생각하기 쉽다”면서 “당장은 효과가 있겠지만 나중에 문제가 생겨 부모가 야단을 치거나 선물로 준 물건을 압수하려고 하면 갈등을 일으키는 불씨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만식 기자 nom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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