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식품위생법 행정심판 솜방망이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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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갈치 ‘냉장’유통 롯데마트 적발… 대구 동구청, 영업정지 7일 처분하자
市, 과징금 1162만원 부과로 대신

‘영업정지 7일’(대구 동구)과 ‘과징금 1162만 원’(대구시 행정심판).

행정심판제도가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으로 행정기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제도는 국민이 공공기관의 권한 행사로 권리나 이익을 침해받았다고 판단될 경우 구제를 위해 도입됐다.

대구 동구는 올해 5월경 국산 냉동갈치 4박스(137마리)와 세네갈산 냉동갈치 1상자(24마리)를 해동해 냉장갈치로 유통하려다 포항해양경찰에 적발된 롯데마트 율하점에 영업정지(7일) 처분을 했다. 동구 관계자는 “해동한 갈치를 냉동갈치라고 표시하지 않고 판매했다. 모범을 보여야 할 대형할인점이 먹을거리를 놓고 소비자를 속이려고 한 것은 큰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냉동제품을 해동해 실온이나 냉장제품으로 유통하면 안 되고 또 당일(24시간) 판매 목적 외에는 냉동제품을 냉장시설에 보관할 수 없다. 냉동제품이 해동 과정을 거치면 식중독균 등에 노출될 수 있어 한 번 얼린 생선은 소비자가 구매할 때까지 냉동 상태를 유지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지자체는 영업정지 7일 또는 과징금 부과의 행정처분을 내린다.

그러나 롯데마트 율하점은 행정심판제도를 이용해 대구시에 영업정지 처분 취소를 청구했다. 회사 관계자는 “법이 보장한 권리를 절차에 따라 이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 행정심판위원회는 롯데마트 청구를 받아들여 과징금 1162만 원을 부과했다. 식품위생법 범위 안에서 하루 최고 과징금인 166만 원을 부과해 영업정지 7일과 곱해서 결정했다. 대구시 법무담당관실 관계자는 “과징금이 너무 적지만 법규 때문에 불가피하다. 대기업과 중소상인 등을 구분해 과징금을 다르게 적용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한 달 평균 행정심판 건수는 50여 건이며 이 중 식품위생법을 어겨 영업정지를 과징금 부과로 변경해 달라는 요구는 10% 정도. 지금까지 변경 요구가 거절된 사례는 거의 없다.

문제는 이번 과징금 액수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1160여만 원의 과징금은 롯데마트 율하점의 일주일 평균 매출액(15억5000여만 원)의 0.75%에 불과하다. 최근 대구지역 유명 백화점과 대형마트 8곳도 고등어와 갈치 등 냉장 제품을 일반 판매대에 진열하다 경찰에 적발돼 행정처분을 기다리는 상황. 지자체가 영업정지 처분을 내려도 롯데마트의 행정심판 사례에 따라 과징금 부과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한 구청 관계자는 “행정심판제가 행정 불신으로 이어지고 대기업 봐주기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식품위생법#행정심판#솜방망이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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