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사유상의 미소, 결국 뉴욕서 못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문화재청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함께 해외 반출을 불허한 ‘토우장식 장경호’(왼쪽)와 ‘도기 기마인물형 명기’.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문화재청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함께 해외 반출을 불허한 ‘토우장식 장경호’(왼쪽)와 ‘도기 기마인물형 명기’.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10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열리는 한국특별전 ‘황금의 나라, 신라’에서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은 볼 수 없게 됐다. 문화재청은 논란이 됐던 반가사유상의 국외 전시를 결국 불허하기로 30일 국립중앙박물관에 최종 통보했다.

문화재청은 이날 “국립중앙박물관이 신청했던 문화재 가운데 3건을 제외한 18건 23점의 해외 반출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목록에서 빠진 문화재는 반가사유상과 국보 제91호 ‘도기 기마인물형 명기(明器·무덤에 함께 매장하는 기물)’, 제195호 ‘토우장식 장경호(長頸壺·목항아리)’다.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최근 문화재계는 반가사유상의 미국 전시를 놓고 뜨거운 논란을 벌였다. 세계 최고로 인정받는 박물관 메인홀에서 열리는 전시인 만큼 수용하자는 의견과 국보의 외유가 잦으면 훼손 우려가 커진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허가를 심의하는 문화재위원회도 격론과 보류 끝에 4월 반출을 ‘조건부 가결’했다.

하지만 3월 취임한 변영섭 문화재청장은 “반가사유상은 안 된다”고 여러 차례 밝혀 왔고, 최종적으로 반출에서 제외했다. 조건부 가결을 최종 결정권자인 청장이 목록을 조정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당시 심의에 참여했던 문화재위원은 “조건부 가결은 일단 이 건은 통과시키고 향후 반출을 자제하자는 권고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의 자문기관이긴 하지만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이 번복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전문가는 “좋은 의도였건 아니건 이런 선례를 남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반가사유상과 함께 추가로 반출이 제외된 2개 문화재도 신라의 대표급 유물. 메트로폴리탄박물관 관계자는 이처럼 핵심 전시품이 빠진 데 대해 “굳이 이렇게까지 해서 전시를 꼭 해야 할지 회의감이 팽배해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반가사유상#메트로폴리탄박물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