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전자파 등급제, 내년 8월 세계최초 시행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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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 기준-표시방법 8월 1일 고시
인체 흡수율 1, 2등급으로 표시… 흡수율 높은 외국제조사 타격 우려

내년 8월부터 휴대전화 제조 회사들은 자사 제품의 전자파 발생량을 1, 2등급 등으로 표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전자파의 유해성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던 소비자들은 전자파 발생량을 제품 선택의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국립전파연구원의 합격 판정만 받으면 구체적인 발생량이나 등급을 표시할 의무는 없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휴대전화 등 무선설비가 발생시키는 전자파가 인체에 얼마나 흡수되는지를 측정한 뒤 이를 등급으로 구분해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전자파 등급제를 세계 최초로 시행키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미래부 관계자는 “전자파 등급제는 국민의 건강 보호와 불안감 해소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했다. 미래부는 제조 회사들의 준비 기간을 고려해 본격적인 시행은 내년 8월 1일로 미뤘지만 제조사들은 유예기간 중에도 자율적으로 자사 제품의 등급과 전자파흡수율(SAR)을 제품에 표시할 수 있다.

미래부의 전자파 등급제 시행 방안에 따르면 휴대전화는 전자파흡수율이 kg당 0.8W 이하이면 1등급, 0.8W 초과∼1.6W 이하라면 2등급으로 분류된다. 전자파흡수율이 kg당 0.8W라면 신체(성인 머리 기준) 1kg에 0.8W의 휴대전화 전자파가 흡수될 수 있다는 뜻이다.

휴대전화 업체들은 시장에 내놓는 제품의 본체, 포장상자, 사용자 설명서 표지, 휴대전화 내 정보 메뉴에 전자파 등급 또는 전자파흡수율 측정값을 표시해야 한다. 예컨대 삼성전자 ‘갤럭시S4’ 모델이라면 전자파흡수율 ‘0.353W/kg’ 혹은 ‘1등급’이라고 표시하는 식이다.

자율적으로라도 전자파 등급제가 시행되면 대부분의 모델이 1등급 기준을 충족하는 국내 제조사들과 달리 미국의 애플, 대만 HTC 등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kg당 전자파흡수율이 애플의 ‘아이폰5’는 1.12W, HTC의 ‘레이더 4G’는 0.94W로 2등급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현재 외국산 휴대전화를 쓰는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감도 높아질 수 있다. 일부 외국 제조사는 전자파 등급제를 만드는 우리 정부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립전파연구원 관계자는 “전자파흡수율은 전자기기의 최대 출력을 기준으로 측정하기 때문에 국내 기준(kg당 1.6W)을 통과한 제품이라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이 밖에 이동통신 기지국 등도 내년 8월부터 전자파 강도에 따라 4개 등급(1, 2, 주의, 경고)으로 분류하고 무선설비, 펜스, 울타리, 철조망 등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위치에 등급을 표시하도록 했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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